엄마를 도와주던 작은 너
아빠의 유전병을 알게 된 지 9년이 지난 지금도
엄마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는 장면이 하나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에게 밥을 먹여주던 너의 작고 여린 손이야.
그 어린 나이에 병원에서 엄마가 힘들까 봐 도와주던 너.
아빠에게 밥을 먹여주고,
씻고 나온 아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빗겨주던 그 모습.
엄마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어.
아빠는 로봇 장비에 몸을 넣고 걷는 연습을 하고,
언어치료와 여러 검사를 거치며
조금씩 나아졌지만,
분노조절은 점점 더 어려워졌어.
엄마는 깊은 밤,
모두 잠든 병원 대기실에서 혼자 울곤 했어.
어릴 적 엄마는
가난과 폭력 속에서 자랐고,
첫 결혼은 배신으로 끝났고,
간신히 다시 웃어보려는 순간에
아빠가 병으로 쓰러져버렸지.
그렇게 또 한 번,
엄마의 인생은 무너졌어.
어느 날 엄마가 말했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다”라고.
그때 너는 망설임 없이 말했어.
“엄마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어.
딸,
이제는 네가 커서 엄마 이야기도 들어주고,
엄마를 위로해 주고,
홀로 외로운 오빠까지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문득 걱정하게 돼.
혹시 너 혼자
마음으로 엄마의 짐을 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미안하고, 또 고마워.
하지만, 기억해 줘.
그 짐은 엄마의 몫이야.
우리 딸은 언제나 밝게, 당당하게
너 자신만의 인생을 걸어가길 바래.
그리고,
너와의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이젠 엄마의 이야기도 써보려 해.
그때도,
지금처럼 엄마를 응원해 줄 거지?
딸!
늘 항상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