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에 갇혀 있는 엄마가 미안해
아직도 엄마는
아빠가 쓰러졌던 그날에,
그리고 ‘유전병’이라는 두려움 속에
갇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차 안에서
네가 배가 아프다고 말했을 때,
'왜 아프냐?'라고 물었더니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 것 같아”라고 말했지.
정작 미안한 건
제대로 밥 한 끼 챙겨주지 못한 엄마인데,
그 순간 엄마는
괜한 말을 쏟아내고 말았어.
결국,
오늘 처음으로 엄마는
너에게 소리를 질렀어.
네가 “돈 아까워서 밥 안 사 먹었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엄마 마음을 깊게 찔렀어.
너에게 화가 난 게 아니야.
무능한 엄마 자신에게,
그리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아빠에게
화가 난 거였어.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인데
벌써부터 돈 걱정을 해야 하는 너의 말에
엄마는 마음이 무너졌고,
그 무너진 마음 틈 사이로
유전병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들었어.
네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늘 먼저
‘혹시 그 병일까?’ 하고 겁부터 나.
그렇게
엄마 마음속 깊은 두려움은
아빠에게로, 그리고 엄마 자신에게로 쏠려버렸지.
그 얽히고 엉킨 감정들이
결국 너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봐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파.
그런데도
집에 돌아온 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엄마에게 웃어주었지.
고마워.
엄마가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마워.
더 철든 우리 딸 앞에서
엄마도 더 철든 사람이 되기 위해,
이제는
과거와 두려움의 굴레에서
조금씩이라도 벗어나보려 해.
엄마가 진짜 어른이 되도록,
우리 딸 앞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엄마는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