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엄마는 아직도 그날에 멈춰 있는 걸까?

유전병에 갇혀 있는 엄마가 미안해

by 소망안고 단심

아직도 엄마는

아빠가 쓰러졌던 그날에,

그리고 ‘유전병’이라는 두려움 속에

갇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차 안에서

네가 배가 아프다고 말했을 때,

'왜 아프냐?'라고 물었더니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 것 같아”라고 말했지.


정작 미안한 건

제대로 밥 한 끼 챙겨주지 못한 엄마인데,


그 순간 엄마는

괜한 말을 쏟아내고 말았어.


결국,

오늘 처음으로 엄마는

너에게 소리를 질렀어.


네가 “돈 아까워서 밥 안 사 먹었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엄마 마음을 깊게 찔렀어.


너에게 화가 난 게 아니야.

무능한 엄마 자신에게,

그리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아빠에게

화가 난 거였어.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인데

벌써부터 돈 걱정을 해야 하는 너의 말에

엄마는 마음이 무너졌고,

그 무너진 마음 틈 사이로

유전병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들었어.


네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늘 먼저

‘혹시 그 병일까?’ 하고 겁부터 나.

그렇게

엄마 마음속 깊은 두려움은

아빠에게로, 그리고 엄마 자신에게로 쏠려버렸지.


그 얽히고 엉킨 감정들이

결국 너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봐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파.


그런데도

집에 돌아온 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엄마에게 웃어주었지.


고마워.

엄마가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마워.


더 철든 우리 딸 앞에서

엄마도 더 철든 사람이 되기 위해,

이제는

과거와 두려움의 굴레에서

조금씩이라도 벗어나보려 해.


엄마가 진짜 어른이 되도록,

우리 딸 앞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엄마는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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