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부모가 된다는 것

by 박세환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난 첫째 HJ가 내게 미션을 수여한다.

일명 매미 잡기.

벌레를 엄청 싫어하는 내가 매미를 잡으러 나가다니.

어렸을 때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이사를 갈 때 가구를 하나씩 들 때마다 커다란 바퀴벌레들이 쏟아져 나왔다.

솔직히 그들도 놀래서 도망가는 거겠지만 어린 나에게는 내 몸 위로 올라타는 줄 알았다.

울고 있는 나에게 영웅이 나타났으니 그건 바로 엄마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바퀴벌레들을 내리치기 시작하는데 모든 바퀴벌레들이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바퀴벌레 안 무서워?'

그랬더니 엄마 대답이

'나도 무섭지, 근대 네가 울고 있잖아. 엄마가 되니 달라지나 봐'

나 역시 아빠가 되니 이제 그 마음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한 가지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부모가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는 아이를 먹여주고 키워주고 보살펴줘야만 되는 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가 돼보니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이들도 부모를 키운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부모들은 느낄 것이다.

아이와 함께 하기 전의 내 모습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을.


지켜줘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전에는 없었던 강한 힘과 용기, 그리고 간절함까지.


요즘 나는 첫째 HJ와 같이 외출할 때면 자신감이 넘친다.

가끔씩 쭈뼛거리던 내 모습은 첫째와 있을 때면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니, 말 안 듣는 첫째에게 소리 지느라 쭈뼛거릴 순간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더위를 대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