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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의 행복

by 박세환

교회 자모실.

아기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곳이다.

이곳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뒤뚱뒤뚱 지나간다.

입에 과자 하나를 물고 행복한 표정으로.


근대 자세히 보니 아기 과자가 아니다.

어른들이 먹는 새우깡이다.

짭짤한 맛에 벌써부터 눈을 뜨다니.


아기 엄마가 말한다.

"거실에 떨어진 오빠 과자를 먹고 입맛이 바뀌었어."

아기 과자를 손에 쥐어줬더니 던져버렸다.

다른 거 내놓라고.

울고 불며 난리 치는 아기가 왠지 낯설지 않다.




요즘은 건강을 챙기는 시대이다.

주변에 점심을 샐러드로 먹는 사람도 늘었다.

그리고 소식하는 사람도.


하지만 그들 역시 가끔씩 먹는 빵과 아이스크림에 무너진다.

안 먹어야지 하면서도 손이 가는 것을 어떡하나.

그리고 한번 입에 대는 순간 꾸역꾸역 계속 들어가는 놀라운 현상.

소식과 폭식은 종이 한 장 차이였다.


빵과 아이스크림을 끊었다고 외치는 사람도

처음 몇 주는 잘 지키지만 어느 순간 타협하고 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때부터 다시 그들과 친한 친구가 되어있다.


어쩜 이리도 몸에 안 좋은 것은 먹고 싶은지.

인내심의 한계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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