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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크록스의 관계

by 박세환

어젯밤 일기예보에 폭우가 예상되는 아침.

햇빛이 쨍쨍하다.

크록스를 신을까 망설이다 운동화를 신었다.

새 운동화를.


그런데 출근 셔틀에서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온다.

운동화 젖으면 안 되는데.

크록스 안 신고 온 게 약간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이 정도쯤이야.


점심 후 회사에서 창 밖을 보니 가관이다.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것 같다.

후회가 밀려온다.

크록스 신고 올걸.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는 날.

저 비를 뚫고 가는 길에 아마 운동화는 사망할지도 모른다.

몇 달 전, 폭우가 온 날. 운동화 한 켤레가 사망했다.

쫄딱 젖은 운동화는 며칠 후 된장 냄새를 풍기며 베란다를 마비시켰다.

결국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내내 창밖을 쳐다봤다.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집중호우.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크록스 신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내가 왜 이런 사소한 걸로 걱정하고 있지.

집에 있는 크록스가 회사로 날아올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운동화를 사랑했다고.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는 요즘.

더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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