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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곳

by 박세환

영화를 보면 가끔 이런 멘트가 나온다.

"여기는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곳이야."

감방이나 어둠의 조직과 연관된 대사이다.


그런데 이런 대사가 우리 집에도 쓰인다.

주인공은 아들 HJ.

곤충을 좋아하는 아들은 다양한 애들을 데려온다.

매미, 잠자리, 메뚜기...

최근에는 개구리와 물고기까지도.


하지만 살아서 나간 애는 본 적이 없다.

다들 죽어서 실려나간다.

어떤 애는 집 앞 풀밭으로, 어떤 애는 화장실 변기로.


죽은 애들을 보며 슬퍼하는 아들에게 물었다.

"불쌍한데 왜 데리고 왔어?"

그러자 아들은 대답했다.

"잘 키워주려고 데려왔지."


아직 어린 아들에게 말해줬다.

쟤네들은 자연 속에 있을 때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 구속하면 저렇게 죽고 만다고.

그러면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이들을 내 입맛대로 구속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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