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예쁜게 좋잖아

사진의 현혹

by 박세환

어느 날 저녁, 첫째 아이 HJ가 와이프 J에게 말했다.

'엄마, 브라우니 먹고 싶어요'

아이가 먹고 싶다는데 마다할 엄마가 있을까.

와이프는 잽싸게 자신의 주무기인 녹차 브라우니를 만들었다.


입이 심심해서 서성대던 나는 싱크대 위에 맛난 자태를 뽐내며 놓여있는 브라우니를 보고

뭔가 느낌이 있어 보여 사진을 찍었다.

와이프는 내가 요즘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갑자기 조금 이따 다시 찍으라며 나를 밀쳐냈다.


평범한 접시 위에 놓여있던 브라우니는 분위기 있는 나무 도마 위로 거취가 옮겨졌다.

신분이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끼리 먹을 때는 잘 안 뿌리는 슈가 파우더로 예쁘게 화장도 하였다.

그러자 30분 만에 뚝딱 만들어진 녹차 브라우니는

전문 제빵사의 손에서 정성 들여 만들어진 듯한 멋진 자태로 변신하였다.


와이프는 얘기한다.

'인터넷에 내 브라우니 올릴 거면 멋지게 꾸며서 게시하라고'

예쁘게 꾸며진 브라우니는 사진 한 장 찍히고 나서 아이들의 입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지인들의 멋지고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을 만난다.

그 사진들을 보며 그들이 요즘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며 생각한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멋지고 예쁜 사진이 대부분이며

뭔가 힘들고 고민하는 듯한 느낌의 사진은 찾기 어렵다.


사람들은 가끔 사진을 보며 착각을 한다.

나만 빼고 모두들 행복해 보이고 즐거워 보이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실제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안다.

모두 자기만의 고민과 걱정이 있다는 것을.


그날 밤 야식으로 끝나버린 브라우니도 인터넷에 올라간다고 하니 꽃단장을 하는 세상인데

자기 프로필 사진이나 일상 사진을 누가 멋지게 올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진은 사진일 뿐, 본인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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