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온 힘을 모으는 이유

급할수록 신중히

by 박세환

아이들을 욕조에서 씻길 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다.

'아빠, 뜨거워' '아빠, 차가워'

샤워기에서 뿜어대는 물은 수도꼭지 손잡이를 가만히 놔뒀는데도 온도가 바뀐다.


힘과 정성을 다해 아이들에게 맞는 온도를 맞춰 놓았음에도

나의 기대를 뒤로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물온도.

특히 머리 감기고 있을 때면 더 당황스럽다.

머리에 샴푸를 묻혀놓은 상태에서 물온도 조절한다고 시간 끌면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 난다.


이때는 수도꼭지 손잡이가 왜 이리도 얄미운지.

손가락 끝에 온 힘을 모아 최대한 빨리 물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쓴다.

너무 많이 넘어가면 차가워지고, 그렇다고 조금만 움직이면 온도에 변화가 없고.

꼭 연애할 때 밀당하는 느낌이다.


물온도는 서서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순간 확 바뀐다.

꼭 물이 100°C 전까지는 안 끓다가 100°C가 되는 순간 확 끓는 것처럼.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금고털이범이 청진기를 금고에 대고 심혈을 다해 다이얼을 돌리듯이

나도 아이들 샤워물 온도를 맞추기 위해 심혈을 다해 손잡이를 돌린다.




무슨 일을 할 때 내 뜻대로 잘 안돼서 당황스러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때는 괜히 화도 나고 짜증 나서 만사가 귀찮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일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생각 없이 행동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급하다고 너무 서두르지 말고 집중해서 신중히 해야 한다.

생각 없이 행동부터 하는 순간 해결은커녕 일을 더 망칠 수도 있다.


만약 샤워물이 뜨겁거나 차가워져서 아이들이 소리치는데

급하다고 손잡이를 확확 돌리면 급격한 물온도의 변화에 의해

아이들은 더 힘들어하고, 결국은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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