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오래간만에 아들과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페달을 돌려도 잘 안 굴러간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내려서 보니 뒷바퀴에 바람이 빠져있다.
완전히 주저앉은 뒷바퀴.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자세히 살펴봤다.
아뿔싸, 공기 주입구의 나사가 안 보인다.
누군가 빼간 거 같다.
아파트 앞 자전거 보관소의 치명적인 약점.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빼갈 수 있다.
시무룩해진 아들.
간만의 라이딩이라 좋아했는데.
결국 자전거 가게에서 나사를 구해왔다.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아들과의 약속은 지킬 수 있었다.
자전거 타고 오는 길에 생각했다.
이제 자전거를 어디다 세워야 하지.
저기다 세워두면 또 가져갈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집안이나 현관 앞이나 자전거 세워두기에는 너무 좁았다.
알면서도 다시 자전거 보관소에 세워놨다.
또 반복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살아가면서 느낀다.
내 힘이 못 미치는 영역이 많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잘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영역.
다만 기도할 뿐이다. 도와달라고, 지켜달라고.
하나님도 이 마음을 아실 것이다.
간절히 기도할 때 외면하지 않고 들어주시는 하나님.
결과를 떠나 귀 기울여 듣고 계신다는 것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