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의 조건

정해진 규정을 지키자

by 박세환

대장내시경 하기 전날.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장 속의 찌꺼기들을 다 빼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병원에서 주는 약을 물에 타서 엄청 마셔야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대장내시경 자체보다 전날 약 먹는 게 너무 힘들다고.

왠지 깨어있으면 쑥스럽고 아플까봐 수면을 선호하는 나로서도 너무 공감 가는 얘기다.


그런데 언제 규정이 바뀐 건지 아니면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전날 약물 1리터, 다음날 새벽 4시에 또 1리터를 마시라고 쓰여있었다.

내 기억에 전날 밤에 거의 다 마시고 다음날 일어나서 조금 마셨던 거 같은데.

거기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마시라니.


전에 내시경 검사 후 의사 선생님이 말한게 생각났다.

대장 속의 찌꺼기들이 내시경을 가려 잘 안보인 부분도 있다고.

그래서 더 깨끗이 찌꺼기를 빼내기 위해 새벽부터 약물을 마시는 것으로 바뀐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때 나의 반항 세포가 고개를 살짝 내민다.

'새벽에 언제 일어나서 마셔, 밤에 다 마시고 자도 괜찮을 거야'

그러자 FM 세포는

'찌꺼기 남아서 검사 제대로 못하면 너만 손해일걸'


결국 소심한 나로서는 FM 세포의 손을 들어줬다.

설명 가이드에 쓰여있는 데로 새벽에 일어나서 약물을 마셨다.

솔직히 안 나올 줄 알았던 찌꺼기들은 화장실에서 내게 반갑게 인사했다.

'이래서 새벽에 마시라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얘네들이 배속에 계속 버티고 있었다면 제대로 된 검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해진 규정에 내 생각을 추가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

'이건 이렇게 하는게 낫겠네, 저건 저렇게 하는게 더 좋아 보여' 하며 근거도 없이 본인이 결정한다.

물론 따져보는 것도 좋지만 판단 기준을 내 몸이 편한 방향으로 한다면 실수하기 쉬울 것이다.

그 한 번의 실수로 한동안 꿀꿀한 나날을 보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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