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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 이빨 썩는 거 주지 마세요
진정으로 위한다면
by
박세환
Jun 7. 2020
첫째 아들 HJ와 어린이 치과에 갔다.
이빨 썩은 것이 있는지 검진 갔을 뿐인데
겁이 많은 첫째는 치과에 들어서자마자 울기부터 시작한다.
선생님이 오셔서 오늘은 주사 안 맞고 검사만 한다고 해도 진짜냐고 계속 묻는다.
왜냐하면 얼마 전 충치 치료를 여섯 개나 하면서 아픈 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엄마와 선생님의 약속대로 주사가 없음을 확인한 첫째는
울지 않고 이빨 엑스레이도 잘 찍고 불소 도포도 잘 받았다.
병원을 나오면서 첫째가 얘기한다.
'아빠, 이제 이빨 썩는 거 주지 마세요'
뭔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이 느낌은 무엇일까.
마트 갈 때마다 사달라고 떼써서
사주는
M캐러멜.
울다가도 이거 하나 먹으면 웃으며 너무 좋아하길래 가끔씩 손에 쥐어줬을 뿐인데.
이제는 이빨 썩은 것이 내 탓인 거 같았다.
당연히 첫째에게 '이제는 안 줄게, 아빠가 미안해' 말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 내 책상 서랍 안에 있는 보험용 M캐러멜은 어떡하나 생각하며
'앞으로 달라고 떼써도 주나 봐라' 하는 마음도 들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후배에게 잘 되라고 업무 팁을 가르쳐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나중에 후배에게 듣고 보면
간섭으로 여겨졌던 상황
도 발생한다.
나름대로 내 시간 투자하며 노하우 전수하였던 건데
도리어 선배의 지적질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하면
괘씸하면서 앞으로 뭐든지 가르쳐주나 봐라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상대방이 진짜로 원하고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인지 별로 생각을 안 하고 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내가 업무 팁을 줬을 당시에는 후배 입장에서 업무를 편하게 했을 수도 있지만
정작 자기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뺏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면 빠른 업무 진행을 위해 고민할 시간을 안 주고 내 방식대로 해결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진정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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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직장생활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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