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제 이빨 썩는 거 주지 마세요

진정으로 위한다면

by 박세환

첫째 아들 HJ와 어린이 치과에 갔다.

이빨 썩은 것이 있는지 검진 갔을 뿐인데

겁이 많은 첫째는 치과에 들어서자마자 울기부터 시작한다.


선생님이 오셔서 오늘은 주사 안 맞고 검사만 한다고 해도 진짜냐고 계속 묻는다.

왜냐하면 얼마 전 충치 치료를 여섯 개나 하면서 아픈 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엄마와 선생님의 약속대로 주사가 없음을 확인한 첫째는

울지 않고 이빨 엑스레이도 잘 찍고 불소 도포도 잘 받았다.


병원을 나오면서 첫째가 얘기한다.

'아빠, 이제 이빨 썩는 거 주지 마세요'

뭔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이 느낌은 무엇일까.


마트 갈 때마다 사달라고 떼써서 사주는 M캐러멜.

울다가도 이거 하나 먹으면 웃으며 너무 좋아하길래 가끔씩 손에 쥐어줬을 뿐인데.

이제는 이빨 썩은 것이 내 탓인 거 같았다.


당연히 첫째에게 '이제는 안 줄게, 아빠가 미안해' 말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 내 책상 서랍 안에 있는 보험용 M캐러멜은 어떡하나 생각하며

'앞으로 달라고 떼써도 주나 봐라' 하는 마음도 들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후배에게 잘 되라고 업무 팁을 가르쳐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나중에 후배에게 듣고 보면 간섭으로 여겨졌던 상황도 발생한다.

나름대로 내 시간 투자하며 노하우 전수하였던 건데

도리어 선배의 지적질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하면

괘씸하면서 앞으로 뭐든지 가르쳐주나 봐라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상대방이 진짜로 원하고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인지 별로 생각을 안 하고 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내가 업무 팁을 줬을 당시에는 후배 입장에서 업무를 편하게 했을 수도 있지만

정작 자기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뺏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면 빠른 업무 진행을 위해 고민할 시간을 안 주고 내 방식대로 해결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진정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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