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이접기가 싫어요!!

싫은 것도 해야 될 때

by 박세환

나른한 주말 오후, 첫째 아이 HJ가 색종이를 가지고 왔다.

그러더니 나한테 배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귀차니즘에 젖어있던 나는 어렸을 때 접었던 방식대로 대충 접어서 주었다.

그랬더니 이게 아니라고, 종이접기 책에는 이렇게 나와있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원래 종이접기를 좋아하지 않던 나는 왠지 이날은 더더욱 멀리 하고 싶어졌다.

종이접기 책은 무슨 새로운 학문을 적어놓은 책 같았다.

누가 이리도 많은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였는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종이접기 책에 따라 색종이를 이리저리 비틀며 하나씩 접어나갔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곧 적응이 되었는지 조금 시간이 지나 배 하나를 뚝딱 만들었다.

진짜 내가 무슨 조선소 사장이 된 느낌으로 배를 완공하여 첫째에게 내밀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첫째는 얘기한다.

'아빠, 하나 또 만들어줘'

진짜 당당하다. 나한테 뭐 맡겨놓은 사람처럼 요구한다. 왠지 뻔뻔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알았다며 만들어줬다.


그렇게 해서 총 6개의 배를 접었다.

알고 보니 가지고 있는 색종이 색깔만큼 배를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더 많은 색깔의 색종이가 있었다면 이순신 장군이 나오는 명량대첩 영화 한 편 찍을 뻔했다.

'아직 소인에게는 12장의 색종이가 있사옵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내 일인지 남의 일인지 구분은 안 가면서,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인데, 왠지 귀찮아서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회사 선배가 한 얘기가 떠올랐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된다면 그건 내 일이라고'


그렇다. 회사에서 모두 하고 싶은 일들만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하기 싫은 일도 발생할 것이며, 그때는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마음가짐의 문제로 내가 해야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망설이지 않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첫째 아이가 색종이를 들고 어슬렁 거리면 눈을 피하며 생각한다.

제발 엄마한테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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