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르단] 추억을 쥐어짜다

by 박세환

솔직히 요르단에서는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스라엘 성지 순례 갔을 때 잠깐 들른 정도이므로. 다만 페트라의 알카즈네는 기억에 깊이 남아있다. 붉은 산을 깎아 만든 부조 형상의 그리스식 건축물.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영화 인디아나존스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페트라 입구에서 알카즈네까지 절벽 사이를 걸으면서 나아갈 때 이 뒤에 과연 건축물이 있을까 궁금했다. 이 좁은 길을 약 30분 정도 끝없이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절벽 사이로 웅장한 알카즈네의 돌기둥이 보였을 때는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온 느낌이었다. 인디아나존스의 한 장면으로.


절벽을 통과하니 페트라로 흔히 불리는 알카즈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언제 왔는지 관광객들로 붐벼있었다. 저들도 저 절벽을 지나왔을 텐데 돌아가려면 길이 좁아 막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알카즈네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없다. 다만 붉은 산면을 깎아 만든 건축물이라는 것 밖에. 무슨 궁전의 입구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멋있었다. 영화처럼 내부에 들어가 보물을 찾을 것도 아니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 보려고 그 멀리까지 갔다 왔냐고. 그렇다. 이것 보려고 온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더 있다.


바로 사도 바울이 있었던 성지 순례지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3년간 수련과 전도를 하며 지냈다고 추측되어진다. 글을 쓰다 보니 수련을 위한 기간이 3년인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의대, 법대, 신학 등 추가로 공부해야 되는 학문들은 대부분 3년이었다. 예수님 공생애도 3년인데. 혹시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도 이것에 해당되는 것일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성경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수많은 인증샷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에 낙타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이 좁고 먼 길을 걸어서 가려니 힘들었나 보다. 나가는 길 입구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과 손님을 기다리는 낙타들이 줄지어 있었다. 혼자 왔으면 탔을 법했지만 일행이 있기에 참았다.


돌산을 깎아 만든 알카즈네. 뜻은 보물상자라고 한다. 이곳에서 보물은 못 봤지만 이 유산을 보물처럼 아끼고 관리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몇 천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페트라를 떠나면서 생각해 봤다. 내가 아끼고 다듬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역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 아이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동이 사랑하는 것 아닐까.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 품 안에서 평안을 만끽하고 싶다.

keyword
이전 22화[오키나와] 추억 여행의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