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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추억 여행의 끝판왕

by 박세환

우리 가족 4명 완전체로 처음 나간 해외여행 오키나와. 차사고를 포함하여 다양한 사건 사고와 추억이 있던 여행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켓몬 센터를 비롯하여 태평양 바다의 추억도 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파인애플 노래는 지금도 아이들이 가끔씩 흥얼거린다.


오키나와 여행에서는 렌터카가 필수다. 가족 단위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대중교통보다는 렌터카가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오른쪽이 운전석인 오키나와. 첫날부터 사고를 쳤다. 좁은 골목에서 조심스럽게 커브를 틀었는데 왼쪽 사이드미러를 전봇대에 박은 것이다.


솔직히 자만했나 보다. 설마 사고가 나겠어. 오른쪽 운전도 시간이 지나니깐 적응이 됐다고 착각을 했나 보다. 전봇대에 부딪히는 순간 알았다. 잘못되면 렌터카 없이 여행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고 뒷자리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로 렌터카 사장님이 차를 교환해 주었다. 직접 사고난대까지 와주셔서. 와이프가 말했다. 속으로 엄청 기도했다고. 주님께 감사가 뭉클 피어올랐다.


포켓몬 센터에서는 아이들 세상이었다. 갖고 싶은 포켓몬부터 한국에는 없는 캐릭터 인형까지 사방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기념품으로 갖고 싶은 인형 한 마리씩 품에 안은 아이들. 행복해했다. 나중에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냐가 물으니 이때라고 대답했다. 역시 손에 잡히는 것이 추억에 남는 것 같다.


태평양 바다도 추억에서 빠질 수 없다. 11월의 여행이라 수영복은 준비하지 않았다. 날이 추워서 설마 바다에 들어갈 일이 있을까. 웬걸. 따뜻한 햇살에 아이들은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풍덩 들어갔다. 처음에는 발만 담근다는 조건이었지만 슬슬 바지가 젖더니 이왕 젖은 거라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냥 바라봤다. 바닷물에 누워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해변가는 정말 평화로웠다. 그때의 동영상을 가끔씩 본다. 귓가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맴돈다.


파인애플 농장은 정말 유치했다. 파인애플 인형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아이들을 위한 농장 겸 테마파크였다. 하지만 중독성이 강했다. 파인애플 노래는 유치하면서도 저절로 따라 부르게 만드는 마성을 지니고 있었다. 레일을 따라 달리는 가족단위용 기차는 자율주행이었다. 앞에 센서가 있어 앞차와의 거리를 지키며 무인으로 달렸다. 은근히 많은 기술과 노력이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나갈 때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날 여행의 피곤함이 싹 내려가는 느낌. 컨셉이 명확했다. 유치하면서도 즐겁게. 가족단위 손님에게는 최고였다.


오키나와도 예전에는 류큐 왕국으로 불리며 독립적인 나라였다. 일본이 차지하게 전까지는.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일본인과는 미묘하게 달라 보였다. 뭔가 느긋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해야 될까. 그들만의 여유로움을 가진 이곳에 주님의 은혜가 널리 퍼지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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