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중국에 대한 첫인상은 날 것 그 자체였다. 웃통 벗은 아저씨들이 거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게 당연한 듯이. 오래된 자동차가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자전거가 도로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70년대처럼. 그래서 여행의 묘미를 느꼈다.
중국 시장에는 돼지고기를 포함하여 각종 고기가 통째로 걸려있었다. 새고기는 오리인지 닭인지 비둘기인지 구분이 안 갔다. 진한 갈색으로 구워져 걸려있었으므로. 그리고 향신료 냄새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차이나타운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중국 고유의 누리끼리 한 냄새. 요즘 회사와 도시마다 고유의 향기를 만드는 게 유행인데 중국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 본다. 나에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크리스천의 향기일지, 아니면 세상에 찌든 악취일지.
시장에는 다양한 먹거리도 많았다. 뭐든지 삶고 튀겨서 먹을 수 있다는 중국.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 튀김들도 있었다. 기름에 빠진 각종 야채와 고기를 보며 특유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었다. 좋고 나쁘고가 아닌 문화의 다양성을. 그중에서 아침으로 먹었던 유탸오가 생각난다. 길쭉한 빵으로 꽈배기처럼 생겼는데 두유와 함께 먹었다. 싸고 맛있어서 중국의 대표적인 아침식사다. 솔직히 맛보다도 가격에 놀랬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이 가격이라는 것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었던 탕후루도 떠오른다. 중국에서 공원을 지나가는데 자전거 안장 위에 무언가 잔뜩 꽂혀있는 말뚝이 있었다. 바로 여러 가지 맛의 탕후루였다. 꿀이 발라져 있는지 반짝이는 꼬치가 호기심을 자극하여 먹어봤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 한 개 먹은 순간 입안에서 녹은 설탕 덩어리 맛만 느껴져 버렸던 기억이 있다. 요즘처럼 차갑게 먹었다면 다른 추억이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마트에 대한 추억도 있다. 그 당시에는 화려한 빌딩촌과 전통 가옥 구역이 확연히 나눠져 있었다. 빌딩촌에 우리나라 이마트와 비슷한 커다란 마트가 있었다. 그곳에서 보았다. 우리나라 과자로 착각을 일으켰던 중국 과자들을. 아이스크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놀랬다. 이렇게 디자인을 똑같이 베껴도 되는 것인지. 중국어로 써져 있는 것만 빼고 똑같았다.
하지만 진짜 황당했던 것은 일본 여행 때였다. 일본 마트에서 본 과자와 아이스크림. 우리나라 것과 똑같았다. 이것도 일본이 우리나라를 따라 했을까. 아마 반대일 것이다. 인접해 있는 3개 나라의 과자 디자인이 똑같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 상황과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을 보면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글을 쓰던 중에 맛은 비슷했는지 궁금하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지만.
이랬던 중국이 지금은 돈과 기술력으로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을 앞서나간 지 오래고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은 우리나라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때는 대국이라 칭하며 우리나라를 침범했던 나라. 그리고 88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을 부러워했던 나라.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