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 베트남. 온 가족이 함께였다. 와이프, 아들, 딸 그리고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나님까지. 이제는 제법 커서 유모차 없이 걸어 다니는 아이들. 여행의 질이 달라졌다. 언젠가 막내 안고 다니다 허리가 삐끗한 적도 있었다. 넷이 걸어서 마음껏 돌아다니는 것이 이번 여행의 묘미였다. 그리고 물가 차이로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한국에서 못 해본 거, 실컷 해본 것 같다.
베트남에서의 야식은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처럼 핸드폰 배달앱이 있었다. 신기한 것은 한국말로 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 사람이 배달 왔다는 것.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까지 와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었다. 대상은 한국 관광객. 배달앱에 익숙한 사람들이 호텔에서 너도 나도 야식을 시켜 먹었다. 가격이 한국보다 싸기는 했지만 베트남 물가에 비하면 비싸게 받았다.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사지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온 가족이 나란히 누워서 받은 마사지. 한국에서는 비싸서 한 번도 못 받아봤는데 여기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걱정했다. 아이들이 안 받는다고 떼를 쓸까 봐. 그러면 우리도 아이들 챙기느라 못 받는데. 하지만 기우였다. 기분 좋은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아이들. 끝나고 나오면서 또 받자고 하는 막내에게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애나 어른이나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내 몸을 주물러줄 때 느껴지는 따스함과 평안함, 그리고 나른함까지 좋았다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때 우리 집에서는 마사지 열풍이 불었다. 서로 마사지 해주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10분에 천 원씩이라는 거금이 한몫했지만.
이곳에서는 왠지 쥐뿔도 없으면서 선민의식이 느껴졌다. 꼭 미국 사람이 우리나라 오면 자신감 있게 다니듯이, 베트남에 가니 고개가 뻣뻣해지는 느낌. 왜 그럴까. 아마 그들이 우리나라 말로 물어봐줘서 그런 것이 아닐까. 꼭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인 보면 잘하지도 못하면서 영어로 말하듯이.
물가가 우리나라 보다 싸다 보니 마음껏 쓰는 사람들.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간의 관계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부정확한 발음의 한국말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미국인이 우리를 이렇게 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경제력과 문화에 좌지우지되는 세상. 이곳에서 인간의 한 단면을 본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조금도 못 느꼈다면 정말 순수한 사람일 것이다. 천국 시민을 소망한다면서 이런 마음이 생겼다는 것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요즘 베트남은 엄청난 나라로 부강 중이다. 전 세계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는 많은 부분 베트남에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경제력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꼭 예전의 한국을 보는 것 같다. 싼 인건비에 머리 좋은 사람들. 그리고 가게와 집안에 제단을 만들어 신께 복을 비는 사람들. 신문화와 구문화가 섞여있는 이 나라에 주님의 말씀이 퍼져나가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