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면 이렇게.

사과의 마음

by 박세환

길을 걷다 마주친 커다란 조각상 하나.

남자 거인 하나가 옷을 다 벗고 내게 머리를 숙이고 있다.

앙 다문 입술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꽉 쥔 주먹.

진짜 죄송하다는 마음이 물씬 풍겨온다.


과연 저 거인은 누구한테 죄송하다는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저런 자세로 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사과는 저런 마음으로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에서, 가정생활에서, 그리고 참여하는 사회 공동체에서,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가 크든 작든 간에 중요한 것은 그 후 어떻게 대처하냐는 것이다.


잘못을 했으면 용서를 구하고 사과를 해야 되지만

요즘 사회는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하지 않는다.

그냥 이 고비만 넘기기를 바라며, 그리고 속으로는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팽배하다.


특히 회사에서는 업무 중 실수에 대해 사과를 잘하지 않고 남 탓을 하는 분위기도 형성된다.

내가 잘못했다고 시인하는 순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

고과나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말로는 사과를 하면서도 이 고비만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느 한 구석에 가득 자리 잡고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하는 시대, 그리고 그것을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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