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해, 스파이더맨이야? 딱지야?

상대방의 반응을 인정하라

by 박세환

간만의 회식 후 집에 가는 길, 갑자기 첫째 아이 HJ가 생각났다.

그래서 마트에 들려 장난감 코너를 서성댔다.

무엇을 좋아할까, 평소에 맨날 가지고 노는 것 말고 색다른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러다 눈에 띈 것이 스파이더맨 피규어였다.


평소에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첫째에게 멋진 피규어를 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손에 들고 집에 가서 아이에게 내밀었다.

아이는 좋아하며 한참을 만지작 거리다 잠들었다.


다음날 퇴근 후 집에 가보니 스파이더맨은 거실 바닥을 뒹굴며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대신에 첫째는 삐뚤빼뚤 접은 딱지를 손에 쥐고 신나 하며 놀고 있었다.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첫째에게 스파이더맨은 안 가지고 노냐고 물으니 대답이

'지금은 딱지가 더 재밌어' 하며 소중한 보물처럼 딱지를 만지작거렸다.


첫째가 내가 사준 스파이더맨만 가지고 놀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이기심인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이 직접 만든 딱지가 더 소중하고 좋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내가 고심하여 사줬다는 이유만으로 스파이더맨을 더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었으리라.




때로는 상대방을 위한다고 준비한 것들이 생각보다 무성의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서도 업무상 필요할 것 같아 힘들게 만든 자료를 팀에 공유하면

'그게 왜 필요해' 하고 말하는 사람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아예 관심도 없다.


그럴 때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쩔 때는 괜히 화가 난다.

나의 성의를 무시했다는 생각만으로 다시는 이런 자료 공유하나 봐라 할 때도 있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그것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바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진짜 필요한 자료라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올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마음 쓸 일이면 안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관심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평안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인정하는 태도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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