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왜 사랑해?

사랑의 이유

by 박세환

화창한 오후의 금요일, 퇴근 후 둘째 아이 HL과 집 근처 공원에 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간다고 둘째는 공원 안의 놀이터로 나를 인도했다.

그리고 그네에 앉더니 계속 밀어달라고 한다.

참고로 둘째는 그네를 한번 타면 두 손으로 줄을 꼭 잡고 안 내리려고 한다.


계속 밀어주자니 손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렇다고 안 밀어주자니 둘째가 울상이 된다.

그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둘째 또래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따가운 눈초리.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하고 있는데 불현듯 공원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정원그네가 떠올랐다.


결혼 전에는 연인들만 타는 줄 알았지만 아빠가 된 지금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행히도 저 멀리 보이는 정원그네가 비어있음을 알고 둘째와 달려가 가쁜 숨을 내쉬며 함께 앉았다.

언제나 옆에 같이 있던 첫째 HJ 없이 둘째와 그네를 타니 꼭 애인과 함께 타는 기분이었다.

마침 졸릴 시간이었는지 둘째는 내 팔에 머리를 기대며 그네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기분이 좋았는지 둘째에게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떠듬떠듬 말하는 둘째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빠, 나 왜 사랑해?'


순간 놀랬다. 3살짜리 여자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꼭 앉아주며 말해줬다.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고.

HL은 하나님이 아빠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속으로 약간 울컥하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못남에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난 괜찮다 난 괜찮다'를 마음속으로 외치지만 그냥 그 순간을 넘기는 자기 최면일 때도 있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누군가에게 나도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어느 무엇보다도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이런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은 열등감에서 벗어나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전에는 이런 말을 하면 뭔가 손발이 오글거렸지만 오늘만은 떳떳하게 써보고 싶은 아름다운 밤이다.

이 날도 역시 둘째는 잠 안 잔다고 온갖 진상은 다 부리다가 지금은 고요히 천사처럼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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