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빠는 자란다.

by 앵그리파파

인간은 어떤 일이나 행동을 결정하고 나면 그 뒤에 여러 가지 이유를 덧붙이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런 결정들에 포장지를 덧대어 가는 일련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결국 무수히 많은 결정들 뒤에는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단순한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창업을 하기 전, 마지막 회사는 꽤 안정적으로 보였던 중견 회사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급격하게 쇠락해 갔다. 회사는 우리 본부를 분리해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회사는 대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평소 선하고 착하게만 보였던 구성원들은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직하거나 이탈하는 많은 직원을 대면하며 나는 그들로부터 다양한 이직 사유를 들었다.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이직을 결정했다거나, 남은 동료들을 위해 떠난다는 해괴망측한 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내 바로 위 상사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며 청계천에서 3D 프린터를 구하려 했다. 그가 결국 집단 이탈을 주도했던 장본인이었다.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사업 주요 임원이었던 그도 집단 이탈의 비난을 의식했을 것이다.


나는 이직하지 못한 팀장이었다. 이직이나 창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무심한 직장인이었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마치 영화를 보듯 지켜봤다. 평소에 조용하고 착했던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돌변하거나,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던 상사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보았다. 약육강식의 원리처럼 사람들은 서로 연대하는 듯했지만, 각자 생존하기 위해 분주했다.


놀랍게도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는 몇 년을 더 회사에 다녔다. 딱히 뾰족한 대안도 없었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었기 때문에 나름 버티면서 다녔다. 많은 인력이 이탈한 덕분에 얼떨결에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닥친 무기력이라는 처절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러던 중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한 번도 창업을 생각해 본 적 없던 내가 어느 순간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무능하게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갔다가 퇴근하는 무의미한 삶에 더는 안주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생겨났다. 임원으로서 추가 매출을 확보해야 했던 나는, 회사에서 시키지도 않은 정부 용역 사업에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제안 작업을 하다 보니 정부에서 창업 지원 자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말 동안 아내와 상의하고 생애 처음으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내가 감히 사표를 냈다니, 감개무량함과 동시에 무지한 사람이 새로운 길로 향하는 것처럼 두려움과 기대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벗어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작이 내게 엄청난 경험과 함께 환란으로 다가올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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