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크레이지

아빠는 자란다.

by 앵그리파파

이번 달 매출이 평소보다 상당히 저조했다.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방에 가서 잠이 들었지만, 나는 쉽게 침대에 누울 수가 없었다. 소파에 앉아 TV를 틀어놓고, 계속 핸드폰의 여러 앱을 무의식적으로 눌렀다 종료했다를 반복했다. 머릿속에는 이번 달에 급히 처리해야 할 비용들이 마구 떠올랐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벌컥 마셨지만, 시원하다는 생각도 맛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뒷맛에 남은 강한 알코올 맛 때문에 먹던 맥주를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어지러운 꿈 속에서 깨어 다시 핸드폰을 보니 새벽 3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일어나기는 싫었고 다시 잠이 들 것 같지도 않았다. 침대에 멍하니 앉아 또 무의미하게 핸드폰의 많은 정보를 둘러봤다. 이번 달 매출이 저조한 이유가 최근에 퇴사한 직원의 모략이 아닐까 하는 강렬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직원의 정보를 기억해 내어 어떤 단서를 잡기 위해 검색을 시작했다. 서서히 동이 터오고 있었고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점점 나는 그 직원의 중상모략 때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아침에 아내가 일어나자마자 나는 아내를 식탁에 앉히고 어제 새벽 내내 생각했던 것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내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목소리를 높였고, 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아내를 설득시키려 더욱 강하게 어필했다. 아내는 마지못해 "그럴 수도 있겠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나는 커피가 담겨있던 머그컵을 집어던졌다. 바닥에는 여기저기 튄 커피와 깨진 컵 조각이 낭자했다. 아내는 눈물을 흘렸고, 나는 이리저리 서성이며 씩씩거렸다.


창업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사업 초기 확보했던 자금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 가용할 수 있는 범위의 모든 방법을 활용해 추가 자금을 확보했고, 연남동에 감각적인 사무실을 얻었다. 약 3년 동안 쌓았던 경험들을 집약해서 기존 사업에서 피봇팅 한 아이템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그 시작이 연남동 사무실이었다. 창업을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무조건 잘된다는 희망이 마약처럼 사람을 들뜨게 한다. 사무실 오픈 후 한 달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 초기에는 슬슬 종식되겠지 싶어 사업 계획대로 진행했다. 수개월이 지나고 1년, 2년이 지나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와중에도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제안 작업들과 대기업과의 협업 등 미친 듯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나마 있던 자금마저 소진되고 있었다. 머그컵을 던진 저 상황은 바로 코로나 3년 차가 되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미쳐가는 상황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노력이 바보 같은 결과를 낳게 될 때라고. 그런 생각이 들면 정말 죽고 싶다. 그 와중에도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밥을 준비했고, 재택근무를 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살짝 미쳐있던 나를 아내는 묵묵히 도와줬다. 아마 그런 아빠를 바라봤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들이 잠을 자기 위해 각자 방에 들어갔을 때, 나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 마셨다. 창업 후 혼술이 급격하게 늘었다. 아내는 잠깐 얘기하자며 내게 어떤 제안을 했다. 나는 마시던 소주를 내려놓고 아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 사업으로 우리는 현재 안정된 사업을 유지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 역시 쉽지 않았으나, 새로운 돌파구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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