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수 도성마을 주민들은 오늘도 희망을 노래한다

낙후된 한센인촌을 새로운 마을로 만들기 위한 마지막 기회에 모두가 합심

by 전라도뉴스 안병호
도성마을입주.jpg 1976년 도성마을 이주 당시 집입 풍경

“ ‘한센인’이라는 주홍글씨, 이제는 지워버리고 싶어요“


그동안 옮거나 유전된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굉장한 차별과 냉대를 받으며 서러움과 괴로움으로 평생을 살아온 여수시 율촌면 도성마을 주민들의 꿈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여수/전라도뉴스] 한센인, 나병균을 발견한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Hansen. G.H.A.)의 이름에서 유래한 나환자(癩患者)를 다르게 이르는 말이다.


과거 1928년, 국가보호라는 명목으로 한센인들에게 내려진 이주 결정은 집과 고향을 떠나 원하지 않는 삶이 시작되었고 살기 위한 몸부림은 오히려 철조망에 가로막혀 그들의 꿈마져 가둬버렸다.


이 무렵 우리나라 최초의 한센병원인 ‘광주나병원’이 여수시 율촌면 일대로 이주하여 애양원이 설립되었고 이곳에는 치료를 위한 전국의 한센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976년 정부정책에 따라 전국에 한센인 정착촌이 하나둘씩 생겨날 무렵, 애양원 퇴소자 206명은 병이 치유 되었어도 고향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인근 도성마을에 집단을 구성하며 정착하였고, 그동안 간절하게 간직했던 그들만의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듯 했다.


방치된석면슬레이트.jpg 축산 폐업으로 인한 마을 주변 곳곳이 폐슬레이트로 넘쳐 나고 있다


정착은 희망이 아니고 고통이었다.


정착을 위해 선택한 축산업, 축사를 만들어 돼지와 닭을 키웠으나 분뇨처리시설이 없었기에 온 동네 사람들은 악취에 시달리고, 질병에 고통스러워 하며 그 기나긴 세월동안 외부와 단절된 철조망에 둘러싸인채 출입을 통제받는 삶을 마주하며 자신들의 목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쥐 죽은 듯이 살아가야 했다.


도성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인 아이들은 학교가는 날이면 옷과 몸에 잔뜩 베인 가축분뇨 악취 때문에 또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펑펑 울면서 돌아와야만 했고, 이를 마주한 부모는 서로 부등켜 안고 울고 또 울면서 하루 하루를 보냈던 시절이 어느덧 오늘에 이른 것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대형 재난과 최악의 상황에서 찾아온 IMF는, 외로움과 괴로움으로 버텨왔던 그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기에 찢기고 찢긴 주민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원망한채 목숨을 이어 오고 있다.


현재는 평균 80세 이상의 고령이 대부분으로 축산업은 거의 폐업하였으나 폐축사 500여 동은 그대로 방치된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에 그대로 노출되어 방치된 채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하게 변해버렸다.


폐수처리장앞갯벌.jpg 마을 앞 방치된 폐수처리장 갯벌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이렇게 되도록 사회는 그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나마 천혜의 어장으로 불리면서 명맥을 이어오던 수산업은 율촌 제2산단 조성공사에 협조하여 내어주었으나, 지지부진한 사업관리 때문에 보상은 커녕 매립지 환경 악화로 썩어버린 갯벌에서 생겨난 모기와 해충이 20년째 들끓고 있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이곳 주민들은 주변에 위치한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 현대제철, 율촌산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때문에도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꾸준하게 요구했던 대기환경조사는 없었다.


어쩌다 찾아온 대형 건설사와의 태양광발전소 운영에 따른 도시재생사업 계획도 약속 불이행으로 철회되면서 주민들은 좌절을 맞본채 세상을 원망하며 눈물을 훔쳐야만 했다.


그들의 간절한 외침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 “내 아이들에게 불행을 선물하고 싶지 않다”는 아주 정당한 요구였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이 그렇게 외치면 외칠수록 더욱 싸늘하게 외면하였고, 희망으로 만들어낸 그들만의 정착촌은 고통의 지옥촌으로 변해버렸다.


도성마을은 그동안 고통과 눈물속에서 운명을 달리한 주민들의 원한이 쌓여만 가고 있다. 이제 그들을 달래 주어야 한다.


납골묘.jpg 도성마을은 그동안 고통과 눈물속에서 운명을 달리한 주민들의 원한이 쌓여만 가고 있다. 이제 그들을 달래 주어야 한다.


이제 그들에게도 희망이 있다.


그러나 도성마을 사람들은 요즘 그동안의 고통과 슬픔을 뒤로한채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오고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어느 한 사람도 소외 없이 당당하게 사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임을 알고 있기에 희망이라는 단어에 용기를 낼때가 있다.


그들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마을기업 금덕과 수 년동안 함께 노력해온 연료전지 발전사업에 수소법이 제정되고 입찰시장이 개설되면서 주민상생 방안이 현실화 되었기 때문이다.


도성마을 주민들은 이번 마을기업 금덕과 상생방안을 마련하면서 “최악의 환경으로 변해버린 이곳에서 우리들도 더 이상 숨울 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한 마음 뿐이다”고 말한다.


금덕은 도성마을과 함께 연료전지 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와 열을 이용해 세탁공장과 유리온실 그리고 수직형 스마트 팜에 공급하고, 세탁공장과 유리온실 그리고 스마트 팜의 공장을 설치하여 일자리 창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연료전지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으로 주민들을 괴롭혔던 석면스레이드를 제거하고 축산분뇨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주거 환경을 정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고통속에서 눈물로 생을 마감한 도성마을 주민들의 원한을 달래는 사업을 가장 먼저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덕은 최근 대한민국 최초 수소발전 입찰시장 입찰자등록을 완료하고 후속 절차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부터 까다로운 입증절차에 벌써부터 염려들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그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던 도성마을에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기업을 만들고 새로운 비젼을 선포하는 중대한 기회가 주어졌다. 이 노력이 달성되기 위한 사회의 마지막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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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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