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에 투자하지 않겠습니다”…투자 기업의 ‘일침’

“지원 정책 없다”는 전화 한통…‘투자유치’라는 말이 무색

301447_301452_5726.jpg ▲ 순천시 산업 정책과 투자 유치 전반을 총괄하는 신성장산업과. 이 부서에는 지난 1월 전남 동부권 산업구조 전환과 전남.광주 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을 위해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

[순천/전라도뉴스] 순천시의 투자유치 행정이 한 투자 희망 기업의 공개 반발을 불러오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던 건강식품 제조 기업이 순천시 투자유치 부서의 대응을 문제 삼아 투자 검토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경기도에 본사를 둔 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제조 전문기업 A바이오는 창사 이래 10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온 기업으로, AI 기술 도입과 신사업 확장을 통해 ‘토탈 헬스케어 &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세계 10여 개국에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수출 중이다.


이 기업이 순천시에 주목한 배경에는 순천시가 강조해 온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과 바이오 산업 클러스터 조성 구상이 있었다. 순천시는 각종 공식 석상과 설명회를 통해 기업 친화적 투자 환경과 상생 모델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실제 투자유치 과정에서 기업이 체감한 행정 대응은 이 같은 메시지와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 담당 부서의 개별적 해석...돌아온 것은 ‘지원 불가’ 통보


A바이오는 투자 검토를 위해 지난 1월 순천시를 방문해 신성장산업과 투자유치 관련 부서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순천시는 투자 가능 부지 현황과 함께 전라남도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전남도 투자 보조금 등 관련 제도를 설명했다.


이후 순천시 측은 해룡 선월농공단지 내 수용 가능 부지를 언급하며 사업시행사 대표를 연결했고, 현장 실사까지 이어졌다. 순천시의 요청에 따라 A바이오는 30페이지 분량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에는 해룡 선월지구 농공단지 내 10,049㎡(약 3,000여 평) 부지에 제2공장 설립(296억 원, 고용 200명)과 함께, 순천시 바이오 산업 정책과 연계한 제3공장 추가 설립(630억 원, 고용 250명) 계획이 포함됐다. 총 투자 규모는 926억 원, 고용 유발 효과는 450명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이후 순천시로부터 전달받은 답변은 처음의 설명과는 전혀 달랐다.


최근 순천시 측은 “해당 부지는 인기가 많은 농공단지로 형평성 문제상 어떠한 정책자금이나 보조금 지원도 어렵다”며 “추가로 안내할 수 있는 지원 제도나 담당 부서는 없다”고 통보했다.


취재 결과, 순천시가 제시한 이른바 ‘인기 많은 농공단지에 따른 지원 불가’ 논리는 전라남도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 조례에 명확히 규정된 제한 사유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당 판단이 일반화된 행정 기준이라기보다 담당 부서의 개별적 해석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제기된다. 투자유치 행정에서 요구되는 사전 기준 제시와 예측 가능성이 충분히 확보됐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 같은 통보는 공식 협의나 서면 통보가 아닌 전화 한 통으로 전달됐다.


◇ “지원금이 없어서가 아니다…행정이 ‘신뢰’를 무너뜨렸다”


A바이오 측은 투자 철회의 원인을 ‘지원금 유무’로 단순화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이 문제 삼는 핵심은 지원 여부 자체가 아니라, 행정의 태도와 절차 그리고 신뢰 문제라는 것이다.


A바이오 관계자는 “우리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온 게 아니다. 공장을 제대로 짓고, 생산을 늘리고, 사람을 뽑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이 어렵다면 그 사유와 함께 대체 부지나 단계별 투자 방식, 향후 연계 가능성 등 최소한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투자유치 부서의 역할”이라며 “그런데 순천시는 현장 실사와 사업계획서 제출까지 진행시킨 뒤, 전화 한 통으로 ‘아무것도 없다’고 정리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행정 신뢰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 측은 “이런 방식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기업 투자유치 업무는 통상 △지원 가능 범위의 사전 검토 △불가 시 사유와 대안 제시 △유관 부서·도 단위 제도 연계 △서면 기반의 단계별 협의 등을 통해 투자 판단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타 지자체에서는 ‘지원이 된다/안 된다’가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지’와 ‘어떻게 풀어갈지’를 함께 논의한다”며 “순천시는 기업에게 판단할 시간도, 판단할 정보도 주지 않았다. 이럴 거면 왜 투자유치 부서가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 투자 철회로 이어진 투자유치 대응…“이대로 괜찮은가”


A바이오는 결국 순천시 투자를 사실상 철회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해당 기업과는 방문 전후로 여러 차례 소통하며 투자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며 “농공단지 여건상 보조금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이를 이유로 유치를 포기하거나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별 입지 가능성과 R&D 사업 연계 등 대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었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 측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앞으로 투자 희망 기업과의 협의 과정에서 지원 가능 범위와 절차를 보다 명확히 안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안이 현실화될 경우 기대됐던 투자 규모는 900억 원을 넘고, 고용 효과는 450명에 달한다. 한 기업

의 결정이지만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 온 순천시의 투자유치 행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제기된다.


기업은 떠났고, 질문은 남았다. 순천시는 정말 기업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안병호 기자

nib21@hanmail.net

출처 : 전라도뉴스(https://www.jldnews.co.kr)https://www.jld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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