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증후군
1년 가까이 누군가를 만났다.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만나는 동안 그에게 헤어지자고 수차례는 말했다. 그때마다 그는 나를 붙잡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누군가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그 자신보다 더 사랑해준 내 인생에 유일한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이 식을 거라 생각했다. 1년 동안 그는 내게 변함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드라마 ’폭삭 쏙았수다‘에 나오는 박보검 같이. 예전 같았으면 저런 말도 안되는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 드라마를 보는데 내가 받았던 그의 사랑이 겹쳐져 한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를 좋아했지만 그보단 내 자신을 훨씬 더 아꼈다. 그와 만날 때마다 나의 이기심이 보였고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나 자신이 보여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를 그만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사실 그동안 그가 나를 자주 붙잡았지만 붙잡을 때마다 붙잡힌 건, 나도 그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필요했다. 친구들에게서도 깊은 위로와 친밀함을 느끼지 못하고 부모를 생각하면 늘 고민거리와 숙제가 있었기에 그들도 편하지 않았다. 홀로 남은 나에게 이제 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와주었을 때 기꺼이 그를 붙잡았다.
다행히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받았고 그보다 더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 힘들면 글을 쓰던 내가 이제 더이상 펜을 잡는 일이 없어졌다. 마음 한 구석 있던 외로움과 불안이 사라지면서 삼십년 인생 처음으로 살이 쪘다.
하지만 그를 만날 때마다 죄책감 같은 것이 올라왔다. 마음 다해 사랑해주는 이 앞에서 나는 그렇지 못했다. 이 관계를 정리해야할 의무를 느꼈다.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렵기도 했다.
요즘 외로움과 불안 속에서 자꾸 잠이 깬다. 더이상 나를 아무조건 없이 믿고 응원해 줄 이가 사라졌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이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그에게서만 온전한 이해와 위로를 받았고 또 바랬다. 그게 충족되지 않을 때 바락바락 떼를 쓰기도 했다. 그가 이제는 나에게 질려서 떠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요원하고 아직까지 그를 만났을 때 7kg 가량 찐 살은 빠지지 않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 언제나 든든하게 사랑해줄 사람. 연약한 인간은 그런 존재가 절실하다. 이제는 불완전한 인간이 아닌 전지전능하다고 말하는 신을 붙잡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