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웹소설 -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
3.
화창한 아침이 밝았다. 김대리는 기분 좋은 휴무날 아침을 맞이한다. 몸이 찌뿌둥하지만 그래도 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티비를 켜서 채널을 습관처럼 자꾸 넘긴다. 눈과 손가락이 멈춘 화면은 운동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채널은 엄마나 아빠만 본다고 생각했던 그런 프로그램이다. 화면에 나온 내용은 발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제 안과장이 잠시나마 발에 관해서 뭐라 뭐라 했던 거 같은 기억이 난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신발장으로 가서 자신의 운동화 밑창을 확인해 본다. 확연히 신발의 바깥쪽이 더 많이 해져 있다. 티비에서 사회자가 놀래면서 외친다. “아니 저렇게 심하게요?” 김대리는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정리된 운동화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보며 당황스러움을 숨김 수 없었다. 애정하는 슬리퍼 역시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티비 속에 나온 음성은 이러했다. “발 때문에 생긴 문제점은 고칠 수 있습니다. 안장걸음, 팔자걸음, 발의 피곤함, 허리아픔, 목결림 이런 것들 말이죠.” 이날 따라 귀에 속속 박히는 말들이었다. 모두 자신에게 포함되는 이야기였다.
퇴근하고 나면 발이 아파서 조물조물해줘야 하는 시간이 자주 있었다. 팔자걸음을 인식하고 나니 평상시보다 더 팔자로 걷는 것 같은 자신이다.
산책을 나선 김대리. 주변에 걷는 사람들의 발만 바라보게 된다. 저 사람은 팔자걸음인가? 저 멀리에 계신 분은 진짜 바르게 걸으신다. 어르신도 엄청 잘 걸으시네. 본인 생각보다 팔자로 걷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보기 드물었다. 산책로에서 마주친 사람들 중 1~2명 만 걷는 형태가 달랐던 것 같다. 본인이 그 1~2명 중 가장 이상하게 걷는다고 생각한다.
김대리는 출근하면 안과장에게 물어봐야 할 목록을 스마트폰에 기록한다. 진짜 고칠 수 있는가? 오래 걸리는가? pt를 받는 게 좋을까? 헬스장은 매일 가야 하는가? 술 못 마시는지도 궁금했다. 나름 질문들을 정리를 해두고 출근하면 물어봐야지 하고 휴무날을 즐긴다.
김대리가 다시 출근한 날은 안과장의 휴무일 이었다. 아쉽게 물어보지 못했다. 문자로 물어볼까 전화로 물어볼까 하다가 하지 않는다. 쉬는 날 가게에서 연락 오는 걸 반기지 않는 안과장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김대리는 옆에 있던 최사원에게 말을 건다.
“나도 이참에 박부장님처럼 헬스나 등록할까?”
“하시면 되죠? 헬스장이 비싼가요?”
“나도 자세하겐 모르는데 박부장님이랑 안과장님이 다니는 헬스장에 등록할까 싶어. 혹시 운동하다가 모르면 물어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최사원은 운동할 생각 없어? 이참에 같이 등록할래?”
“저요? 저도 운동하긴 해야죠. 체력이 너무 저질이라서 하긴 해야 하는데… 막상 운동할 체력이 없어요. 하하하”
“그건 그래. 일하고 힘들잖아. 어떻게 매일매일 운동을 하는 걸까?”
설거지 정리하며 듣던 박부장도 대화를 함께한다.
“꼭 매일 해야 할 건 아니야. 내가 유튜비를 봐서 알아. 일주일에 2~3번만 해도 충분하대.”
“오 해볼 만 한대요?”
김대리와 최사원은 동시에 반색을 했다. 휴무날에 2번 운동을 하고 일하는 날 1~2번만 운동을 하면 되는 거니까 뭔가 부담이 줄어든 것 같았다.
“그런데요. 부장님. 혼자 운동하는 건 안 어렵나요?”
김대리는 혼자 운동하는 부담감도 많았다. 헬스는 제대로 배워서 해본 적도 없고 딱히 취미가 없었다. 친구들과 풋살은 가끔 했어도 헬스장에 가본 건 손에 꼽는다. 대학생 시절 헬스장을 등록해 두고 몇 번 가고 나서 재미없다는 생각에 회원권을 그대로 날린 기억이었다.
“요즘 유튜비도 잘 나와 있고. 정 모르겠으면 이 헬스전문가인 나에게 물어봐. 요즘 내가 가슴이 미쳤어. 이팔을 보라고. 아이고 내 팔에 닭다리가 있네?
잘 모르겠다. 김대리와 최사원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운동을 몇 번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변화는 딱히…하지만 둘은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우와 어쩐지 부장님 가슴의 탄탄함이 셔츠를 뚫는대요?”
“팔이 더 굵어진 거 같아요. 이거 옷 새로 사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둘은 한 마디씩 하면서 박부장의 기분을 맞춰준다.
“그렇지? 이게 며칠만 해도 이렇게 된다니까. 그니까 헬스 등록해 알았지?”
박부장은 자리를 떠나고 김대리와 최사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서로 할 일에 집중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