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신성이라는 것은 각 사람의 정신과 이성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 5권 27.

by 안현진

신들과 함께 살아가라. 자신의 정신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늘 만족하고, 제우스가 각 사람을 이끌 대장이나 인도자로 개개인에게 준 자신의 분신인 저 신성의 뜻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신들에게 알게 하는 사람은 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자들이다. 여기에서 신성이라는 것은 각 사람의 정신과 이성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 5권 27 중에서




주변에서 소개팅하는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결이 비슷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비슷한 성향일수록 대화가 편하고 즐겁다.

나와 반대의 성향이어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즐거운 사람도 있다.

그건 서로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행동이 느껴질 때만 그렇다.

내가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상대방까지 괜찮겠지 생각하는 것은 큰 실례다.

내 기준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살이 빠졌다고 말한다.

연필 한 자루 들 힘도 없을 만큼 기운이 쑥쑥 빠지는 날이 며칠 있었다.

내 몸이 왜 이러나, 여름 타나, 체력이 더 떨어진 건가 생각하며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내 몸이 받아내느라 그랬었구나.

단지 여름이라 기운이 없고, 안 먹어서 살이 빠진 게 아니다.

왜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고 살이 빠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도달하는 어느 지점이 있다.

역시, 그거구나. 해결되지 않은 그 문제가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피 말리게 하는 거였구나.

해결되지 않은 그 문제라 함은 남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나를 침범하고 침해하는 일이다.

혼자 끙끙대며 싸우던 스트레스를 내 몸이 '나 한계야.'라고 신호를 보냈던 거였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안으로는 곪아 가고 있었다.

저마다의 신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른들이 살이 왜 그렇게 쪘느냐, 결혼은 안 하느냐, 취업은 했느냐 하는 말도 엄연한 침해다.

집이란 존재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침범 받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나는 침해받고 싶지도 침범 받고 싶지도 않다.

가까운 이가 침범자와 방관자가 되었을 때 오는 허탈감, 상실감, 무력감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외로운 이는 자신을 찌르거나 외부로 가시를 드러낸다.

나는 전자다.

그래서 몸과 정신이 아팠던 거였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무심코 내뱉는 이 한 마디와 생각은 사람을 깊이 찌를 수 있는 무서운 말이다.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제1권~ 제4권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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