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정신은 공동체적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30.

by 안현진

우주의 정신은 공동체적이다. 그 정신은 우월한 것들을 위해 열등한 것들을 만들었고, 우월한 것들끼리는 서로를 위하고 협력하게 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5권 30 중에서



학교에서 내년에 완공되는 아파트 입주 인원 조사를 했다.

여섯 채가 완공되고, 여기서 먼 다른 동네라 전학을 가야 한다.

그새 2년이 흘렀다.

청약을 넣고 싶었는데 고민하다가 포기한 아파트들이었다.

이 동네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빠져나가려나.

해가 바뀔 때마다 반 수와 한 반 당 인원수를 통해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2023년 한 가구당 출생률은 0.7명.

저조하다 못해 심각하다.

오빠들이 학교에 가고 은서도 밖에 나가고 싶다고, 나가자고 나를 잡아끌었다.

재활용을 하고 집 앞 놀이터로 갔다.

정자에 앉아 책을 몇 장 읽었다.

씽씽이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던 아이가 이번에는 운동기구로 나를 이끈다.

엄마 그냥 앉아 있을게, 책 보고 있을게 해도 책 읽지 마, 엄마도 해 하며 운동을 강요한다.

마지못해 일어나 하체 운동 기구를 두 개 탔다.

운동이 되는지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이번엔 학교 쪽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수업 시간이라 운동장도 놀이터도 텅 비었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둘이서 점심을 먹고, 나는 책상에 엎드려 졸았다.

은서는 거실과 안방을 오가며 놀다가 오빠들이 하교할 시간에 잠이 들었다.

우리가 오전에 놀던 놀이터는 다시 아이들로 채워졌다.

조용하던 동네가 활기를 띤다.

전날 밤, 은서가 유치원 간다고 나서는 모습 상상하면 웃기지 않냐고 남편과 웃었었다.

막내마저 엄마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아닌 공동체에 섞여 생활할 그날이 오면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 읽고 있는 소설에선 평범했던 일상이 바이러스로 인해 혼돈 속으로 빠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순식간에 죽고, 살아남은 이들은 서로를 죽이고 약탈하는 끔찍한 세상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가, 꿈꿨던 미래가 사라지는 상상을 해본다.

공동체 정신을 버리고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더 잔혹해지는 인간들.

우월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인간성을 포기했기에 살아남은 비인간들이다.

지금 교육계는 안타깝고 화나고 슬픈 일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분노와 이기심으로 가득한 곳이 아닌 이해와 공감, 따뜻함으로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다.

중년을 향해가는 나도 모범이 되는 어른이 되고 싶다.




매일 《명상록》을 필사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제1권~ 제4권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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