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12.
지금 네게는 궁정이 계모이고 철학이 생모다. 그러므로 너는 늘 철학으로 돌아가서 거기에서 안식을 얻으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12 중에서
계모와 생모를 궁정과 철학에 비유한 것이 새로웠다.
‘그러므로 너는 늘 철학으로 돌아가서 거기에서 안식을 얻으라. 그러면 궁정에서의 삶이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고, 궁정에서의 삶도 너를 품어서 끌어안게 될 것이다.’
철학에서 안식을 얻으면 원하지 않던 일도 충분히 감당하고 끌어안을 수 있게 되는 걸까.
서점에 가면 서성이는 코너가 예전과 달라졌다.
소설과 에세이에서 주로 머물렀었는데, 이제 이곳은 잠깐 둘러보는 곳이 되었고 시 코너와 인문 철학 코너에서 더 오래 머문다.
그야말로 고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면서 알고 싶고 흥미가 있기에 내 수준에 맞는 책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남편이 퇴근하는 길에 서점에 들렀는데, 읽고 싶은 책 있으면 사주겠다고 전화가 왔다.
알라딘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목록을 훑었다.
하나는 가톨릭 종교 에세이인 《지극히 낮으신》이고 또 하나는 김상혁 시인의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이다.
추석 선물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남편이 찾는 책 중 한 권은 없어서 통화하면서 내가 바로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나 역시 추석 선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애쓰지 않아도 시기가 되면 내가 그 책을 찾게 된다.
예전에는 읽으려고 해도 잘 안 읽어지던 시와 인문 철학에 자연스레 손이 가는 걸 보면 말이다.
사는 속도에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오늘도 반강제적으로 즐겁게 책을 읽는다.
새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먼저 있던 책이 밀려나기엔 미안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