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은 너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가장 무서운 거짓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13.

by 안현진

자만심은 너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가장 무서운 거짓 스승이다. 네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서 스스로 자기만족에 빠져 있을 때가 가장 속기 쉬운 때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13 중에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걸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동생이 말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내 무기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겸손도 필요하지만 너무 겸손해서도 안 된다, 자기 일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어야 신뢰를 줄 수 있다… 와 같은 얘길 들으면 주춤하게 된다.

혹시 내가 자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해서다.

자만심과 자신감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자만심, 자신감도 메타인지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무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으면 자신감이 되고, 정확하지 않은 막연한 가능성만을 믿고 큰소리치면 그게 자만감이지 않을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서) 책을 갑자기 많이 읽게 되면 거치는 구간이 있다.

바로 '나 책 좀 읽어요.' 하는 자만의 구간이다.

책 읽는 재미와 독서의 힘을 느끼며 마구마구 읽어나가다 보면 약간 자만하게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읽는 책이 권수 앞에서 주객전도되는 상황이다.

이 책을 제대로 소화시켰는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다음 책으로 넘어가고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를 반복한다.

나중에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데 왜 바뀌는 게 없어?'라는 말을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서 듣는다.

그때야말로 도끼로 내려 찍히는 듯한 뇌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점이다.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하는 질문부터 다시 하게 된다.

책을 얼마나 읽는지 세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완독에 얽매이지 않고 책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다.

내가 이불킥 하고 싶은 순간이 책을 많이 읽는 편에 속한다고 자기만족에 빠져있던 그때다.

나의 장점은 자기 객관화가 빠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잘못된 길로 빠져들면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한다.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내 판단을 신뢰하는 것도 나의 무기가 된다.

판단에 대한 신뢰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생긴다.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최선을 다해 내린 판단이란 걸 나는 안다.

자만심을 경계하는 내 모습도 장점이 될 수 있다.

겸손하되 필요 이상으로 나를 낮추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되 넘쳐서 자만감으로 가지 않는, 이런 삶을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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