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든지 그들을 의심하거나 미워하지 않고도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0.

by 안현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른 모든 상황에서도 그렇게 행하라. 우리와 함께 경기를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 행하는 것들을 너그럽게 용납하자. 방금 말했듯이, 우리는 얼마든지 그들을 의심하거나 미워하지 않고도 그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0 중에서




10월 달력을 보며 한 달, 주일,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들여다봤다.

연휴도 많고, 지역 축제도 곳곳에서 열리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곧 체험 학습을 가고, 우리 가족도 첫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

가을 날씨까지 보태어져 활기가 느껴지는 달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집에도 찾아왔다.

남편은 8일 저녁부터 몸살 기운이 있더니 어제 하루를 잠으로 다 보내었다.

아이들은 고맙게도 아빠가 잘 수 있게 밖에서 놀다 오고, 깨우려 하지도 않았다.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고 모두 재우려는 차에 남편이 일어났다.

아이들 방으로 향하는 남편을 제지시키고 잠투정하던 은서를 맡겼다.

금방 잠든 은서와 그 사이 잠든 윤우.

그리고 이번에도 제일 늦게 잠든 선우.

하루가 다 갔다며 허무해하면서도 몸이 아프다는 남편은 혼자 밤늦게 잠들었다.

전날 일찍 자고 알람도 일찍 맞춰 놓은 아이들은 나보다 더 빨리 일어나 있었다.

시끌벅적하게 아침을 먹고 8시 6분에 교문을 통과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은서와 둘이 남은 아침,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하러 잠깐 나갔다 왔다.

아이들이 나가면서 주고 간 신문을 펼쳤다.

오늘 신문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위기라고 실려 있었다.

우리나라도 잠재적 전쟁 국가임을 잊고 지내다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 소식에 깨닫곤 한다.

영화에서 볼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우리나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

이 사실이 아침의 평온함과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감기 하나에도 몸이 아프고 가족이 걱정하는데 전쟁과 재난 상황에 가족을 잃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어떠할까.

예의주시한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적을 어떻게 용서하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활기찬 우리의 10월이 지구 반대편에선 죽음의 10월일 수 있다 여기니 마음이 무겁다.

오늘 할 일을 적고 일기를 썼다.

미루고 싶은 일이지만 해야 하는 일도 적었다.

적어 놓으면 내가 해야 할 일이란 걸 자각하게 되고, 안 하면 찝찝하기에 할 확률이 높다.

완벽하게 하려다 안 하는 것보다 미숙하고 아쉽더라도 하는 게 낫다.

내가 다른 나라의 상황을 안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보다 알고 걱정하고 무사하길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 건 다르다.

미약하나마 마음을 보태는 일이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에도 적은 돈이지만 마음을 담아 함께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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