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현재라는 시간은 영원 속에서 하나의 점이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6.

by 안현진

모든 현재라는 시간은 영원 속에서 하나의 점이고, 모든 것은 소소한 것들로서 쉽게 변하고 신속하게 사라진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6 중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KBS 클래식 FM을 튼다.

언제 했는지 남편이 카세트와 사운드 바를 연결해 두었다.

그래서 사운드가 훨씬 좋아졌다.

청소하면서, 빨래 개면서, 책상에 앉아 은서랑 놀면서, 글을 쓰면서 듣는다.

클래식, 샹송, 팝송, 발라드 등 대체로 차분한 음악과 노래가 나온다.

Dj가 읽어주는 짧은 사연, 가수와 곡에 대한,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다.

지금은 영화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핸사드 노래가 나오고 있다.

조금 전에는 이솜 배우가 나온 독립 영화 <소공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나도 몇 년 전 재밌게 본 영화였는데 얘기를 듣고 있으니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은서는 옆에서 귤을 까먹으며 색칠도 하고, 같이 하자고 강요하기도 하고, 테이프를 떼 달라 우유를 달라 요구사항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다 춥다며 내 앞에 앉아 볼펜을 가지고 논다.

현재를 쓰는 이 순간도 금방 흘러가 지나간 시간이 되었다.

라디오에서는 어느새 한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른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나의 기억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를 비교적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 받아쓰기와 일기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수학을 언제부터 어려워하게 되었는지, 학창 시절의 그 일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

3월에 나온 나의 책 《소신대로 살겠습니다》를 읽은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걸 다 기억하는 네가 너무 신기해!”

작고 대수롭지 않은 일도 쓰고 기억하면서 특별해진다.

어제와 비슷한 듯 다른 오늘을 기록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기록으로 남긴 현재의 생활과 생각이 훗날 중년, 노년기의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사람이 되게 했을지에 대한 근거가 될 테다.

쉽게 변하고 빠르게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 일상을 쓰는 것은 하루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다.

인생을 끝마칠 땐 오늘이라는 점이 수많은 선으로 이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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