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며 하나로 연결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7.

by 안현진

현재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보고 있는 사람은 이전의 영겁의 시간으로부터 존재해 왔고 이후의 영겁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존재하게 될 모든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만물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7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둥둥 떠다닌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원하는 일이 어지럽게 섞여있다.

좋은 일, 안 좋은 일, 혼란스러운 일이 겹쳐 있었던 올해.

남은 두 달여 동안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무얼 하고 싶은 걸까.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싶었던 해였는데 나는 원하는 만큼 읽고 썼는가.

생각했던 지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생각하지 못한 변화는 있었다.

엄마로서의 나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도, 내향적인 그냥 나로서도 달라진 점은 있다.

그 변화가 올해의 결과물로서만 봤을 때는 작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큰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나는 선우, 윤우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가 궁금해. 공부 잘하고 이런 걸 떠나서 그냥 잘 자라 있을 것만 같애. 어떤 모습으로 컸을지도 궁금하고, 사춘기가 된 아들과 나는 어떤 대화를 나눌지도 궁금해. 그래서 그때가 기다려져."

내가 말하면서도 '아,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알 때도 있다.

편한 친구 앞에서는 솔직한 마음도 툭툭 튀어나온다.

아이들의 5년 후, 10년 후가 기대되듯 나도 내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하다.

중년, 노년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유년 시절, 학창 시절, 20대, 30대가 모두 연관성을 띠듯이 현재는 인생 후반기와의 연결고리다.

인간은 죽어도 그 업에 따라 생이 반복된다는 불교의 윤회 사상을 믿는다.

내가 언제부터 존재해 왔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생도 잘 살다 가고 싶다.

다음 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테지만 과거의 내가 현생의 내게 조금은 쌓여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질, 성향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니 지금의 나는 이상하고 예민하고 특이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던 그냥 나인 것이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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