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어떤식으로든 서로 얽혀 있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8.

by 안현진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생각하라. 만물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얽혀 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느낀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8 중에서



영상이나 책을 보다가 읽고 싶은 책이 생길 때, 그 책이 우리 집에 있는 책일 때, 사놓고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일 때 묘한 쾌감이 인다.

이 책을 읽을 시기는 그때가 아니라 지금이었구나 싶어서, 지금 바로 읽을 수 있어서다.

초등 저학년인 아들 둘은 매일 10권씩 읽고 독서록을 쓰고 있다.

남편이 이 항목을 추가하고 게임을 15분에서 20분으로 5분 더 늘려주었다.

나는 책의 흥미를 더 멀게 할까 봐 그러지 말자고 했었다.

남편은 요즘 너무 책을 안 읽는 것 같다, 만화 종류만 보는 것 같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것 같다고 해서 이렇게라도 해야겠다고 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했지만 이것도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할 것 다 해놓은 뒤에야 게임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책 앞에 앉는다.

읽는 동안은 조용하게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 들린다.

독서록까지는 글자 검사하지 않고 한 줄, 두 줄이라도 쓰는 것에 기특해한다.

이렇다 보니 집에 읽을만한 책이 많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 사둔 글밥 있는 책 위주로 읽혀도 지금 흥미에 맞는 책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 전집을 다시 한 질씩 들이고 있다.

어제는 서점 가서 원하는 쿠키런 킹덤 책과 종이접기 책을 사주었다.

그리고 당근 마켓을 보다가 나눔 하는 전집을 보게 되었다.

선우가 흥미 있어하는 수학 관련 동화 전집이었다.

차 타면 금방인 거리인데 걸어가려니 조금 멀었다.

나 혼자 걸으면 20분 거리인데 아이들 셋 데리고 가니 40분은 걸린 듯하다.

거기다 다른 아파트로 잘못 찾아 들어가고, 힘들다, 다리 아프다 투덜대는 아이들 달래 가며 이끌고 가는 감정 소모까지.

무사히 책을 받고서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먹고 기운 차린 아이들은 새 책으로 책을 읽었고, 재밌다고 했다.

다 같이 고생해서 가져온 보람이 있었다.

책은 시기적절하게 그 사람을 찾아온다.

내가 사고 읽은 책이 모두 유익했던 건 아니지만 다른 면에서 의미를 남길 수 있다.

사람, 물건, 이야기, 사상 등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나와 연결되어 있다.

내가 지금 마음 가는 대상은 내게 필요하기에 그 대상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대상을 향해 움직였을 때여야만 어떤 형식으로든 나와 연결되고 유의미한 흔적을 남긴다.



이전 13화만물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며 하나로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