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네게 정해준 사람들을 사랑하되 온 마음을 다해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9.

by 안현진

너의 몫으로 할당된 것들에 적응하고, 운명이 네게 정해준 사람들을 사랑하되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9



낮에 대학가 후문 분식 거리에서 컵밥을 사 먹었다.

은서 손을 잡고 치킨마요 덮밥과 돈가스 덮밥을 기다렸다.

계산을 하며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어려 보이는데 이만한 딸이 있는 가베."

"하하하. 별로 안 어려요."

"그럼 동안인가벼."

"헤헤헤.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왔다.

차에서 이 대화를 남편에게 얘기했다.

초등학생 아들 둘이 더 있다고 했으면 깜짝 놀라셨겠다고 했더니 말하지 그랬냐며 웃었다.

1991년 1월생인 나와 2021년 1월생인 딸 사이엔 30년 세월이 있다.

남편은 고개 숙이며 뭔가 하고 있던 은서에게서 나 어릴 때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아직 엄마 아빠 중 누구 모습이 더 있는지 모르겠기에 날 닮았다 하면 좋다.

선우, 윤우 어릴 때처럼 어디를 가든 은서를 데려 다닌다.

일어나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오늘은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엄마랑 은서는 좋겠다고 한다.

엄마가 언제까지 이렇게 집에 있을지 모른다, 너희가 알아서 아침 챙겨 먹고 설거지 해놓고 학교 갈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더니 "그럼 은서는?" 하고 묻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은서도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때가 온다.

"그런데 엄마는 선우, 윤우처럼 은서랑도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

세 살 딸의 모습은 사랑 그 자체다.

웃는 모습은 말할 것도 없고 떼쓰는 모습, 우는 모습, 자는 모습, 째려보는 모습도 모두 사랑스럽다.

"은서가 너무 좋아~ 어떡해~"

하고 꼬옥 안으면 꺄르르 웃는다.

조금 전에는 내 품에서 꾸벅꾸벅 졸다 잠이 들었다.

스르륵 눈 감기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어쩌다 내 딸로 왔니, 우리 집 막내로 왔니, 너와 나는 어떤 인연이기에 이렇게 엄마와 딸로 만났을까 ….

등 뒤로는 오늘의 책 읽기 중인 두 아들이 있다.

조용한 선우와 다르게 윤우는 선우와 내게 말을 걸며 책을 본다.

"형아 이거 그거잖아. 램프."

"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

"엄마, 조지 앤 해럴드 진짜 있어?"

"엄마, 존경이 무슨 말이야?"

"엄마, 궁금한 점이 있다. 나쁜 말은 나쁜 말인데 왜 만들었을까?"

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엄마와 자식 간으로 맺어진 운명에 감사하다.

이는 거꾸로 부모님과 나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명이 내게 정해준 사람들을 사랑하되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하자.

내 운명이 되어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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