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49.
네게 할당된 분량의 물질에 만족하듯이, 네게 할당된 분량의 시간에도 만족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49 중에서
종일 몸이 가라앉고 으슬으슬 추웠다.
어지럽고 머리도 아프다.
거기다 좀처럼 생리통을 하지 않는데 이번엔 허리가 아프다.
침대 위 온수 매트엔 불을 끄지 않았다.
잠깐만 누워도 잠에 빠지기 일쑤였다.
덩달아 은서도 낮잠을 많이 잤다.
엎드려 있다가 또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은서 생각에 눈이 떠졌다.
방바닥에 흐쳐 놓은 종이 인형 옷 입히기를 하고 있었다.
눈을 뜨고 은서를 보고 있으니 은서도 날 보며 웃는다.
오전은 통째로 깜깜하고 오후는 중간중간 깜깜하다.
같이 책을 보고, 거실에 나란히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는 동안 선우, 윤우는 집을 잠깐씩 거쳐갔다.
은서는 밖에 나가자는 떼씀도 없이 오빠들이 들를 때마다 “안녕~ 잘 갔다 와~” 인사한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눈 맞추고 얘기하고 장난치며 웃다 보면 “엄마 너무 좋아.” 하면서 뽀뽀도 잘 해준다.
뽀뽀에 인색한 은서가 나한테 만큼은 후하다.
오늘 하루를 잘 쓰지 못했다.
한편으론 오늘은 이만큼의 시간만 주어졌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잘 쉬어준 덕분에 저녁은 멀쩡한 정신으로 맞이한다.
씻고 나와 배고프다는 아들에게 김밥 한 줄씩 건넸다.
아까 선우에게 김밥을 사 와 달라고 부탁했었다.
오늘 할 일을 시작한 아이들은 조용하다.
그 옆에 앉아 있으니 오늘도 무사히 잘 보냈구나 싶어 감사하다.
그러니 오늘 내게 할당된 분량의 시간에 만족하며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