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46일의 기록
1. 은서를 직접 본 사람들이 하는 공통의 말이 있다.
“사진이랑 다른데?”
사진에는 얼굴이 넙데데하게, 볼이 축 처지게 나온다.
사진만큼이나 실물은 그렇지 않다며 사진 못 찍는 엄마를 한 번씩 쳐다본다.
어떻게 봐도 내 눈엔 예쁘기에 마구 셔터를 눌러댄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쁜 딸이다.
2. 가족에겐 눈만 마주쳐도 헤헤 웃지만, 한 번씩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불안한 눈빛을 보낸다.
낯을 가린다.
당신은 누구죠? 하는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집에선 잘 웃는데…. 은서야~ 은서야~”
아무리 웃으며 불러보아도 경계의 시선을 풀지 않는다.
낯선 사람, 낯선 곳, 낯선 냄새를 감지하는 걸까. 보는 시선은 뚱하기만 하다.
3. 137일에 첫 뒤집기를 했다. 10일 만에 많은 걸 하게 되었다.
목을 가누고 주위를 살핀다.
뒤집고도 제법 엎드려 있다. 동영상을 찍는다고 계속 두었더니 1분 정도는 가뿐하다.
발을 잡아 입에 무는 신기술을 보인다.
이렇게 유연할 수가. 몸이 둥글게 말린다. 공벌레를 잡으면 몸이 둥글게 말리듯(비유가 좀 그런가) 은서도 제 발을 잡고 몸을 만다. 발가락을 입에 갖다 댄다.
4. 옷 치수는 80.
한 번에 먹는 분유 양은 160cc.
한 통을 다 먹는 건 5일이 걸린다.
기저귀는 소형을 쓰고 있지만, 몇 장 남지 않은 소형을 다 쓰고 나면 중형으로 바꾸려고 한다.
성장하고 있음을 기저귀 크기로도 가늠할 수 있다.
5. 자정 전에 자면 밤 동안 통잠을 잔다.
은서는 100일이 되기도 전에 ‘백일의 기적’을 안고 와준 아이다.
새벽 5~6시 사이에 일어난다.
맘마 한 통 먹고 곧바로 자지만, 나는 다시 자기에 애매한 시간이다.
아무것도 안 하기엔 너무 아까운, 조용한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은서 덕분에 자동 미라클 모닝 실천 중이다.
6. 오빠들은 이맘때 아토피로 고생했는데 은서는 피부가 깨끗해 참 감사하다.
둘째 윤우를 낳고 2주 동안의 조리원 생활 후 집으로 돌아왔다.
18개월이던 선우의 아토피가 폭발한 것도 그맘때였다. 간지러워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일어나면 이불에 피가 묻어 있었다.
신생아였던 윤우도 점점 피부가 울긋불긋해지더니, 100일 무렵 아토피 진단을 받았다.
한 시간씩 쪽잠 자던 날들이 이어졌다. 성인이 된 이후 최저 몸무게를 찍고 한 달이 안 되어 젖이 끊겼다.
은서가 태어나고 샤워기에 연수기 필터를 설치했다.
남편이 다이소에서 사 온 걸 보고 “그게 뭐 도움되겠어요?” 했는데 하얬던 필터가 3일 만에 갈색으로 변했다.
1989년도에 지은 아파트라 그럴까. 이 샤워기로 두 아이를 씻겼으니 아토피의 영향을 더 세게 받았던 걸까. 뽀얀 피부의 은서를 보며 두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은서는 아토피 없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큰 복을 타고났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