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6.
너를 지배하는 이성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6 중에서
노트북이 이상해진 지 조금 되었다.
창 하나 켜는데도 느려지더니 새로운 창이 안 켜졌다.
왔다 갔다 하던 인터넷은 어느새 다시 돌아왔다.
문제는 한글 파일과 폴더만 누르면 컴퓨터가 멈춰버리는 데에 있었다.
이 노트북의 가장 큰 쓰임새가 한글 파일인데 이걸 못 쓰다니.
남편이 한 번 봐준다고 했었는데, 포맷하자고 했는데 내가 차일피일 미뤘다.
옮기는 과정이 귀찮아서였다.
아예 안 되는 게 아니어서 미련하게 계속 쓰고 있었다.
일이 진행되지 않은 어제서야 고쳤다.
포맷하지 않고도 남편이 몇 번 만지고 나니 빨라지고 한글 파일도 잘만 열렸다.
진즉 봐달라고 할걸.
한 번 틀어진 계획은 연달아 주르륵 미뤄졌다.
못 한 게 많은 하루였다.
그래도 글 한 편은 써야지 하고 추운 내 방이 아닌 따뜻한 침대로 노트북을 가져갔다.
다리의 따뜻함은 점점 등까지 따뜻하게 만들었고 어느새 노트북을 배 위에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편하게 잠을 자든, 글을 마무리 짓든 둘 중 하나만 할걸.
이젠 침대에 노트북을 가져가면 안 되겠다.
춥더라도 옷 껴입고 책상에 앉아서 써야겠다.
그게 훨씬 효율성이 높다.
내 몸의 편안함을 추구하다가는 해야 하는 일도 흐지부지된다.
아무리 육신이 춥다고, 따뜻한 저 침대 속으로 들어가자고 유혹을 해도 일이 안 끝났을 땐 그 부름을 단호히 거절해야지.
나를 지배하는 이성아, 부디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