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5.
누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하든, 나는 선할 수 있고, 또한 선해야 한다. 이것은 에메랄드나 황금이나 자주색 옷이 “누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하든, 나는 에메랄드이고 나의 고유한 색도 그대로다”라고 변함없이 말하는 것과 같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5
신규 간호사일 때, 3-4년 차 되는 선생님이 어른처럼 느껴졌다.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초년생인 나는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었다.
언제 업무 숙지하고 빠릿빠릿하게 내 일을 쳐낼 수 있을까.
손 느리고 이해 느린 내겐 연차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부러웠다.
같이 일했던 선생님 중에 꾸미기 좋아하고, 자기애가 강했던, 신규인 우리에게도 다정했던 선생님이 있었다.
결혼해서 딸 둘 낳고 살고 있단 소식은 친구에게서 들었었다.
최근 친구가 그 선생님을 우연히 병원에서 만났다고 했다.
내 기억 속엔 여전히 젊고 옷 잘 입는 멋쟁이 아가씨로 남아 있는데 친구는 엄마 느낌이 난다고 했다.
엄마인 사람에게선 어떤 느낌이 있다고, 저번에 내게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말과 행동에서라기 보다 ‘아, 현진인 엄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성격이 더 둥글어지고 유해져서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애도 저렇게 어릴 때가 있었는데,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곧 저 나이대가 되겠지 … 남의 아이도 내 아이처럼 보인다.
저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힘들까, 잘 이겨내야 할 텐데 … 부모가 되면서 타인의 감정에 더 공감하고 이입하게 되었다.
많았던 눈물이 더 많아졌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아이에게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안정감 또한 ‘엄마’라는 느낌을 만들어 낸다.
어제는 ‘누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하든, 나는 선할 수 있고, 또한 선해야 한다.’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던 날이었다.
내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잊지 말아야겠다.
내 말과 행동을 보고 자랄 아이가 있기에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