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느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8.

by 안현진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느냐. 변화가 없다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단 한 가지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8 중에서



2023년이 25일 남았다.

2022년 이맘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블로그를 켜 작년 12월로 갔다.

나와 아이들 사진이 주르륵 뜬다.

작년 오늘만 찾아본다는 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화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도, 1년 젊은 내 모습도 신기하기만 하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과 시간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찍고 적어두지 않았다면 잊어버렸을 시간이라 생각하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옆에선 은서가 작곡 작사한 곡으로 정체 모를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모습이 예뻐 안아서 내 앞에 앉혔더니 트윙클 트윙클 노래를 부른다.

조금 전 아기 은서 모습을 보고 온 터라 지금 이 모습도 금세 사라질까 봐 초조해진다.

시간은 인간이 어쩔 수 없다.

지금도 계속 흘러간다.

멈추는 법이 없다.

아이들은 1년 사이 눈에 보이는, 측정 가능한 외적 성장도 있지만 내적으로도 많이 자랐을 테다.

어젯밤 자기 전 선우가 갑자기 양심 고백을 한다.

그간 엄마, 아빠에게 한 거짓말을 말하는데 ‘우리 선우, 참 많이 컸구나.’ 뭉클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거라고, 다시 그런 행동을 안 하면 되는 거라고, 선우는 멋진 아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오늘 아침 윤우가 먼저 학교에 갔다.

문 여는 소리에 고무장갑 벗고 후다닥 가보니 이미 나간 뒤였다.

‘녀석, 인사라도 하고 가지.’ 생각하며 남은 설거지를 마저 하고 있었다.

설거지하면서 학교 가는 윤우를 보고 있는데 선우가 학교 간다며 부엌에 와서 말한다.

얼른 장갑 벗고 아이 외투를 여며 주며 잘 갔다 오라고 했다.

손 흔들고 나가던 선우를 다시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바라봤다.

초등 1-2학년이던 형제는 내년이면 2-3학년이 된다.

엄마 나이 열 살을 앞둔 나는 눈에 보이는 외적 성장은 멈췄지만 보이지 않는 내적 성장만큼은 멈추지 말아야지 생각해 본다.

하루라는 작은 점을 찍으며 오늘을 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이라는 것은 선한 신이거나 우리를 지배하는 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