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9
우리 육신을 구성하는 지체들이 서로 협력하듯이, 우리 모두의 육신도 우주 전체와 동일한 본성을 이루어서 우주와 협력하는 가운데 마치 급류처럼 우주의 실재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9 중에서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로 나왔다.
라디오를 틀고 연결된 오디오도 켰다.
음악을 들으며 청소기와 밀대를 재빠르게 밀었다.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를 개키려고 바닥에 앉자 <윤유선의 가정 음악>이 막 시작했다.
클래식 채널에서 나오는 음악도 좋지만 진행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오늘은 운과 좋은 마음을 가지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아침의 가정법, 만약에>라는 코너에선 알랭드 보통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이야기를 하며 사랑을 대하는 상반된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얼 했기에 내게 이런 일이’라고 탓하는 게 아니라 ‘무얼 했기에 내게 이런 일이’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이때 아침에 울상이 되어 학교에 간 윤우 얼굴이 떠오르면서 내 얼굴도 울상이 되었다.
옷만 입고 학교에 가면 되는데 서로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그때 선우가 장난으로 던진 한 마디에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엄마! 윤우 어제 머리 안 감았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한 것에 화가 났다.
긴가민가해서 머리 감았냐고 물어봤던 이전에도 안 감았을 수 있었겠다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신발 신고 나가려던 아이 뒤통수가 까치집을 하고 엉망이다.
결국 아빠한테 붙잡혀 같이 머리 감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보냈는지 울먹거리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말한다.
그때 한 번 안아줄걸, 잘 갔다 오라고 말해줄걸.
“옷 바로 입고 가.”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뭘 했기에 이런 복이 왔나 생각할 때 단번에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특히 오늘 아침의 둘째가.
세 아이는 내 몸을 통해 세상에 나왔을 뿐, 내 생각과 감정대로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왜 자꾸 이걸 잊어버릴까.
가족은 어디 하나에 속해지는 게 아니라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협력하는 존재다.
아이의 잘못을 짚어주는 상황에서도 이걸 잊지 말아야겠다.
언젠가 부모 품을 떠나 훨훨 날아갈 자식들 모습을 떠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