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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 한 가지 염원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0.

by 안현진


나의 단 한 가지 염원은 내가 인간의 본성이 결코 원하지 않거나 지금 원하지 않는 것들을 행하지 않고, 원하는 것들이라고 해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하지 않는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0



남편 생일이었다.

가족끼리 조용하게 지나가나 보다 했는데 북적거리며 저녁을 보냈다.

갑자기 잡힌 약속이었지만 즐겁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먼저 만남을 제안한 남편의 직장 동료가 소방관 케이크까지 준비해 왔다.

직장 동료들 중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집이 많다.

대개는 은서 또래 거나 선우, 윤우보다는 어린 미취학 아동이다.

선우, 윤우가 어느새 큰오빠, 큰형이 되어 동생들과 놀아줄 만큼 컸다.

직장 동료 얘길 듣다 보면 아내들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직장 생활, 공부방 운영, sns를 통한 개인 사업 … 아이 키우며 경제 활동을 하는 아내 이야기를 들으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5인 가족 외벌이 가장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까, 나도 그 짐을 같이 나눠지고 싶다, 보탬이 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말한다.

그런 생각 가질 필요 없다, 아이들 잘 크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 이게 돈 버는 거다, 계속 글 써라….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헤어진 후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코너로 조용히 흩어졌다.

세상에, 이런 날이 오는구나.

여전히 선우는 쿠키런 킹덤 같은 만화 있는 책을, 윤우는 책 보다 보드게임과 장난감을, 은서는 소리 나는 사운드 북을 원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책 저책 구경하며 다니고 엄마, 아빠가 책 고르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았다.

새 단장을 한 매대 위 책을 보며 그곳에 내 새 책이 놓이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오늘 아침, 일기를 쓰며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아갈 방향을 다시 고쳐 잡았다.

지금은 생각지 못했던 길을 나중에는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한다.

그 길은 내가 원해서일 것이고, 충분히 나와 대화한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휩쓸리듯 간 게 아니라 어떤 의미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았기에 두 발을 내디딘 것일 거다.

그러니 미래에 나는 미래의 나대로 믿고 놓아두고, 현재의 나만 똑바로 바라본다.

끊임없이 대화하며 나아간다.

이 순간 나의 단 한 가지 염원은 내가 결코 원하지 않거나 지금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고, 원하는 것이라고 해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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