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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면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1.

by 안현진

잠시 후면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잠시 후면 모든 것이 너를 잊게 될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1



꿈을 꾸었다.

꿈속에선 생생한 현실 같았는데 일어나면서 잊어버렸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일어나야 하는데,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은데… 잠깐 갈등하는 사이 꿈속 이야기는 지워졌다.

순식간에 누군가 내 기억을 지우개로 지운 듯하다.

가족이 모두 잠든 아침, 나 혼자 거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좋다.

이 시간을 위해 전날 일찍 자려고 한다.

밤 시간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아침 시간의 고요함을 선택했다.

12월 1일 시작했던 다이어리는 다행히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잘 이어오는 중이다.

다이어리 쓰는 게 재밌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이어올 수 있었다.

내 인생도 흘러가는 시간의 일부로 보면 잠시 후가 될 수 있다.

꿈처럼 순식간에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오늘이라는 하루를 잊지 않기 위해 꾹꾹 눌러쓴다.

성실히 쌓은 하루가 모여 내 인생이 된다.

언젠가는 잊힐 존재고 시간이지만 그 인생을 살다가는 동안은 나라는 존재와 인생이라는 시간에 충실하려고 한다.

나의 내일이 기대되고 내게 부끄럽지 않은 오늘을 보내는 것은 매일 인생의 등불을 밝히는 일이다.

누군가는 그 불빛을 보고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길이 되어도 좋고 잠시 쉬어가는 빛이 되어도 좋다.

그 빛이 무엇이든 도움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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