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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하여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3.

by 안현진

고통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지만 일정한 수준에서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는 참을 수 있다. 마음은 고통을 차단함으로써 평정심을 유지하고, 우리를 지배하는 이성은 고통으로 인해 해를 입지 않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3 중에서



겨울만 되면 손이 갈라진다.

핸드크림을 수시로 발라도 그렇다.

전날 아침에는 양쪽 엄지손가락이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

뻣뻣하고 아픈 손가락은 펜을 쥐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크림을 바르고 손을 움직여 글을 써 갔다.

저녁에는 아이들 씻기느라 샤워기를 쥐었는데 물이 틈새로 들어가 따가웠다.

나도 모르게 “아야!” 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

자기 전에 엄지손가락에 집중적으로 핸드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잤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엔 훨씬 낫다.

손톱 사이 작게 갈라진 틈 하나도 아프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만든다.

죽음과 가까이 있는 고통은 어떠할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괴롭고 이겨내기 어려운 건지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까운 이 중에도 심각한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공황장애 초기까지 간 사람이 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막연한 걱정만 했다.

드라마를 통해 공황장애가 오면 어떤 느낌인지를 시각적으로 보니 그야말로 숨이 막히고 아팠다.

눈물이 났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고 해서 너무 쉽게 공감하기를 포기했던 게 아닌가.

미안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서 말했다.

‘쾌락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줄여 나가는 것이 행복을 위한 일이다. 특히 건강에 대해서 병을 예방하는 일이 쾌락을 추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내 몸과 마음의 고통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만 주변에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겨울의 중심부로 들어온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 이자 새해의 시작점에 있다.

모두 1년 동안 애썼다고, 새해는 더 행복하고 몸과 마음이 평안하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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