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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들은 네게 아무런 감정도 없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8.

by 안현진

“너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화를 내는 것은 아무 쓸데없는 짓일 뿐이다. 그 일들은 네게 아무런 감정도 없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8.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화를 내는 것은 아무 쓸데없는 짓일 뿐이다. 그 일들은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

에우리피데스가 한 말이라고 하는 오늘의 문장.

그가 누구인지 찾아보니 고대 그리스의 비극시인이라고 한다.

감정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 인생을 뒤흔들만한 큰일이라면, 그래도 화를 낼 필요가 없는 걸까.

화를 낼 만큼 큰일은 무엇이고, 안 낼만큼 작은 일이란 무엇인가.

명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

그럼 에우리피데스가 한 말처럼 일어나는 일 자체는 감정이 없기에 여기에 화낼 필요가 없다는 게 맞는 말인가.

올해 가장 고마웠던 사람과 올해 가장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을 생각해 봤다.

이유는 한 가지 문제로 이어져 있었다.

이 일이 일어남으로써 고마운 사람이 있고, 힘들게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나에게 기쁨과 활력을 주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했다.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일로부터 고마운 사람도 생겨나고, 나를 기쁘게 하는 뭔가를 찾기도 하고.

아이러니하다.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나만큼 온전히 나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나한테 왜 이러냐고 화를 내는 일도 쓸데없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지만 그냥 떠 있을 뿐이다.

우린 왜 섞이지 않냐고 할 필요가 없다.

나를 괴롭게 하는 일이 일어날 때마다 부정적인 면 대신 긍정적인 면을 들여다보자.

내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주철에서 강철로!"다.

내면이 한층 더 두꺼워지는 2024년을 보내는 게 내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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