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의 인생은 다 익은 벼 이삭처럼 베어진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40.

by 안현진

“우리의 인생은 다 익은 벼 이삭처럼 베어진다. 한 사람이 탄생하고, 한 사람은 죽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40.



크리스마스 날 캔들이 생겼다.

작은 새장처럼 생긴 하얀색 캔들 집도 있다.

몇 번 태우지 않았는지 양초도 거의 새것이었다.

우연히 내게 온 캔들에 새벽마다 불을 붙이고 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달콤하다.

며칠 계속 피우다 보니, 벌써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의 인생은 다 익은 벼 이삭처럼 베어진다.’라는 오늘 문장처럼 앞에서 타고 있는 초도 인생과 비슷하다.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오늘이 살아갈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도 꼭 맞다.

어린 아이나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아이들은 크고 나는 줄어드는 것 같다.

생물학적인 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정신적인 노화는 의지에 따라 멈출 수 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평생 기억한 문구 하나가 있다.

“온화한 철학의 차분한 빛 속에서.”

스물여섯 살 때 스토아학파에 관한 연극 한 편을 보았는데, 거기에서 들은 문구라고 한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히겠지만 이러한 문제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모든 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검토할 때 비춰볼 온화한 철학의 차분한 빛을 우리는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

처음에 느낀 걱정, 불안, 두려움, 선입견이 무언가를 결정하게 만들지 말자.

자제심을 가지고 천천히, 합리적이고 철학적으로 생각한 뒤에 행동해야 한다.

빠른 사고를 하는 더 낮은 자아가 아니라 느린 사고를 하는 더 높은 자아를 선택하자.

탄생하는 생명이 있으면 소멸하는 생명도 있다.

태어나는 순간 모두가 생이라는 긴 평행선상 위에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양초는 제 몸을 녹이면서 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만든다.

타오르는 동시에 녹고 있는 양초를 보며 생각한다.

온화한 철학의 차분한 빛 속에서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고 보낼 것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너는 영원히 죽지 않는 신들에게와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