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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곡하거나 광분할 때 거기에 부화뇌동하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43.

by 안현진

“사람들이 곡하거나 광분할 때 거기에 부화뇌동하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43.



밤 9시가 넘어 남편에게 먼저 자러 가겠다고 했다.

맞은편에서 막창을 먹고 있던 남편이 “벌써?” 하며 놀랬다.

그 시각 아이들은 할 일을 마치고 게임 중이었다.

윤우도 독서록까지 쓰면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은서 양치는 시켜놨고, 가스레인지도 닦아두었으니 설거지만 해 놔 달라 하고 들어왔다.

바깥소리로 잠이 들락말락 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꿈도 꾼 것 같은데 눈 뜨니 4시다.

남편은 물 마시고 왔다며 다시 방에 들어오고 나는 거실로 나왔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아침을 시작한다.

날짜를 쓰려고 보니 새삼 연도와 달이 바뀌어있다.

아, 새해가 시작되었구나.

결혼 전까진 새해를 연기대상 시상식과 보냈었다.

tv를 없애면서 그러지 않은 것도 10년째다.

한동안 푹 빠져 지내던 넷플릭스도 거의 못 보고 있다.

챙겨보는 드라마 한 편 정도가 다이다.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 한 편도 끊어보거나 거의 보지 않는다.

일과 중에서 중요한 것 먼저 하려다 보니 어느새 또 잘 시간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은서 책을 읽어주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어떤 미디어도 없이 한적한 시골에서 이런 동화책만 읽어주며 키울 수 있다면 어떨까?

아이 키우는 게 좀 더 수월할까?

온갖 자극과 유혹이 넘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환경을 나에게 유리하게 조성하는 것이 도움 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아무리 혼돈의 중심에 있어도 내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버티고 있으면 된다.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일수록 더 값지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내가 내리는 선택이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침대 광고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마음에도 맞춤 적용이 된다.

2024년은 환경과 나 사이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많이 내리는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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