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66.
우리가 정말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정신이 어떠했는가 하는 것이다. (생략) 자신의 정신이 육신의 욕망들에 동조하여 휘둘리게 두지 않은 것을 보고서 그것을 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66 중에서
밤 9시. 저녁을 어중간하게 걸렀더니 배가 고팠다.
곧 잘 텐데 지금 먹는 건 무엇이든 안 좋을 터였다.
누우니 온갖 게 생각나고 맛있어 보인다.
짜장라면, 파스타, 남은 빵, 떡볶이…
먹는 생각만 잔뜩 하다가 잤다.
꼬르륵대던 배가 아침엔 잠잠하다.
부엌으로 가 따뜻한 녹차를 타 왔다.
일어나자마자 차가운 커피우유를 마셨을 아침이 달라졌다.
12월부터 시작한 아침 기상은 이어오고 있지만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어떻게 첫 마음이 쭉 가겠나.
빠지지 않고 일어나 할 일을 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 여긴다.
1월 2일부로 끊은 커피우유도 한 번도 먹지 않았다.
못 끊을 것 같던 것을 끊어내니 ‘하면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도 1포인트 상승됐다.
이것과 별개로 작년부터 나를 힘들게 하고, 곪아가던 문제가 1월에 터져버렸다.
혼자 끙끙 앓던 것이 공공연해져 버렸다.
남편이 올해 내 운세를 보여줬다.
다 보진 않았지만 1월이 지금 상황과 딱 맞았다.
힘든 일을 겪게 될 것이고, 참을 인을 새기며 인내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남편이 생일 선물로 아이폰 15를 얘기했을 때,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정말 필요 없었기에 필요 없다고 바로 말할 수 있었다.
먹고 소유하는 욕망을 절제하고, 나와 약속한 루틴을 지켜내는 것은 잘할 수 있다.
외부에서 나를 흔드는 것은 힘이 든다.
소중한 것을 품에 안고 비바람 맞으며 서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도 품에 안은 것이 젖지 않도록, 망가지지 않도록 더욱 껴안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까짓 거 좀 젖으면 어떻냐고,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흔들어대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육체의 편안함보다 정신의 편안함이 훨씬 크고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
오늘을 ‘again 12월!’로 삼았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진행해 온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 지을 것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내 하루에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