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지배하는 이성을 따라 살아간 사람들이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3.

by 안현진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만물의 실재를 보았고, 그 원인과 재료를 보았으며, 그들을 지배하는 이성을 따라 살아간 사람들이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3 중에서



전날 밤 친구와의 통화, 오늘 아침 일기에서 내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리면 나는 전자인 사람이다.

염려하는 게 많고 많은 것에 얽매여 산다.

곁가지가 아닌 본질을 보자고 마음먹어도 흔들리기 일쑤다.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라는 말로 인생을 퉁치고 싶지 않다.

더 나은 내가 되고 더 나은 인생을 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지 않다.

한편으론 정말 사는 건 별것 없는 게 아닐까, 이것저것 신경 쓰는 마음 다 내려놓고 가볍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너는 종손 며느리니까, 외며느리니까, 세 아이 엄마니까, 결혼했으니까, 가정이 있으니까… 이런 역할에 매여 주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겁먹지 않으면 좋겠다.

견유학파는 '필요한 것이 적을수록 신에 가까운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여겼다.

그들처럼 극단적으로 소유하지 않을 필요는 없지만 무엇에도 얽매여 있지 않은 정신은 부럽다.

기본 실력과 몸에 밴 겸손함을 생각하다 손흥민 선수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떠올랐다.

언젠가 남편이 보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찾아 읽었다.

배움이 부족하다 여겨 책을 읽고, 밑줄 긋고 메모해 둔 책을 아들에게 권하고, 늘 겸손할 것을 강조했던 손웅정 감독.

들어가는 글에 서점에 가 보면 오랫동안 지식을 쌓은 사람들의 좋은 책이 많은데 자신이 책을 쓰는 게 가당키나 한가 의구심이 든다고 써 놓았다.

그의 글에는 아들과 축구에 대한 사랑, 삶을 대하는 태도, 진실한 열정이 뚝뚝 묻어난다.

삶이 글이 된 사람의 글은 진심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삶과 글쓰기는 같이 간다.

그럼에도 조금 더 선행되는 것은 삶이다.

퇴고 중인 글이 마음만큼 잘 풀리지 않는다.

그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본다.

불필요한 말과 행동을 삼가면서 내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타인에게 도움 되는 글도 중요하지만 나를 보살피는 글도 중요하다.

쓰면서 깨닫는다.

아, 지금은 나를 돌보는 글쓰기가 필요한 거구나.

나에게 부족한 것을 글로써 찾고 채워간다.

결국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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