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31.
어느 누군가는 가문의 마지막 사람이 될 수밖에 없고, 또다시 한 가문 전체가 죽어 없어지게 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31 중에서
끈질기게 울리는 알람을 끊임없이 껐다.
한순간의 고요가 서늘하게 잠을 깨었다.
양옆으로 남편과 은서가 곤히 자고 있다.
핸드폰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거실로 나가 시계부터 확인했다.
7시 30분이다.
급히 남편을 깨우고 부엌으로 들어가 아침 준비를 했다.
볶음밥을 하는 와중 거실 식탁을 치우고 아이들을 깨우느라 종종거렸다.
남편은 서서 밥을 먹고 출근했다.
선우와 윤우도 무사히 등교한 뒤 청소를 시작했다.
설거지하고, 청소기와 밀대까지 민 뒤에 건조기에서 빨랫감을 꺼냈다.
빨래를 개면서 은서 책을 읽어주었다.
책 보며 얘기하고 웃고 나를 올려다보는 딸이 예뻤다.
내 눈은 책과 딸 얼굴을 번갈아 보느라 바빴다.
멀리서 학교 종소리가 들린다.
학교에 있을 아들들을 생각한다.
윤우는 어제 처음 시작한 방과 후 교실 축구 수업이 좋아 금요일만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배우기를 망설이고, 하다가 안 하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냐고를 묻던 아이였다.
막상 해보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
도서관 갔다가 축구 관련 책도 몇 권 빌려왔더니 고맙다며 좋아한다.
선우는 3학년이 되니 수업 시간도 늘어나고 수학도 어려워졌다고 안 좋다고 한다.
오늘 아침밥 먹으면서도 얘기하기에 그 안에서도 재밌고 좋은 점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재미없다, 어렵다 생각하면 그대로 될 뿐이라고.
나도 어떻게 하면 다시 수학에 대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학교생활이 더욱 즐거워질지 고민해 본다.
아이를 보는 중간중간 글쓰기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사이사이 아이들을 떠올린다.
어제저녁,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이 정도면 화목하게 꽤 잘 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앞뒤 문맥이랄 것도 없이 대뜸 한 말이었다.
삼 남매는 자기들끼리 놀고, 남편은 방에서 여유롭게 자물쇠 따는 연습을 하고, 나는 거실과 내 방을 왔다 갔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이 평온함이 감사하게 느껴지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다섯 식구가 저마다의 고민과 일로 인생을 살아가고 살아갈 테지만 가족이 있기에 힘낼 수 있다.
"엄마, 맛있는 거 없을까?"
우리 집 세 남자는 직장과 학교에서 맛있는 점심 먹을 테고, 은서와 나는 집에서 맛있는 밥을 챙겨 먹어야겠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저녁에 다시 만나자.
언제나,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