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44.
현재의 이 시간을 네 자신에게 주어지는 선물로 만들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44 중에서
놀이터에 있으면 그 평온함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아이에게 시선을 떼고 잠깐 주위를 둘러본다.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남자아이들, 벤치와 정글짐 위에 앉아 얘기하는 여자아이들, 인도로 지나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이 곁에 있는 엄마들, 아파트 단지 주위로 오고 가는 차들 그리고 그 속의 나.
나는 어쩌다가 이런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것도 10년간.
일하고 있을 남편 생각이 난다.
직장 동료 아내들은 주부여도 공부방도 하고, 스마트 스토어 사업도 하고, 온라인으로 수익 내는 일도 하던데… 나는 뭘까로 생각이 이어진다.
밖에서 뛰어놀고, 씻고 나온 아이들이 저녁을 맛있게 먹는다.
밥과 반찬 그릇이 깨끗이 비워진 걸 보니 뿌듯하다.
할 일을 끝내놓고 TV 본다고 나란히 앉았다.
그런 삼 남매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
맞은편에 앉아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엄마를 힐끔거리며 웃는다.
안 보여서 고개를 옆으로 내밀기에 일어났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책을 찾아 다시 거실로 나갔다.
엄마 《원씽》책 못 봤냐고 뒤적이는데 다들 못 봤다고 말만 하고 TV에 빠져 있다.
책 더미 밑에서 찾고선 괜히 한 마디 걸어본다.
"원씽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짜요짜요를 물고 있던 윤우가 손을 든다.
일단 반응해 준 것부터 반가워 활짝 웃으며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여전히 짜요짜요를 문 채 손가락으로 1을 들어 보인다.
오, 그래, 어서 입이 열리길 기다린다.
"1! 노래!"
"......? 푸하하하!"
남편한테 얘기해 주려고 책상에 앉자마자 메모했다.
남편은 출장이 계속 잡히고 있다.
곧 회식과 경연 대회도 있다.
출장 갈 때마다 미안한지 내게 갔다 와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그렇게 출장 자주 가면 집에서 뭐라 안 하냐고 놀리나 보다.
"선배, 선배 하고 싶은 거 다 해~"
진심으로 말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사회생활을, 나는 나대로 내가 하는 일을 해 나가고 있다.
내가 하는 일에는 육아도 있고, 글쓰기도 있고, 직업인으로서의 나를 만들어 나가는 일도 포함된다.
사람이 다 같을 수가 없기에 비교가 의미 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스스로 주눅 들 때가 있다.
선우가 요즘 아토피와 비염으로 고생 중이다.
어릴 때처럼 또 한 번 아토피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 같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아이들 건강과 앞으로 내가 나아갈 곳이지 주위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주눅 들 필요 없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선물처럼 여기고, 나만의 이야기를 착실히 써 나가면 된다.